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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감시 대신 권력참여…‘참여연대’의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제 참여연대 출신의 막장 정치인이나 관료가 뉴스에 도배되는 쇼는 더는 보기 힘들다.”

김상조·조국·김수현·장하성 등 #문 정부서 활약하다 불명예 퇴진 #“정부·비정부기구가 합쳐지면 #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

지난 28일 밤 참여연대 회원 게시판에 올라온 ‘참여연대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란 제목의 글 일부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7월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에 본인 소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억2000만원(14.1%)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29일) 김 전 실장을 교체했다. 정치권에서 김 전 실장의 사퇴는 현 정부 인사 기조의 실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 문 정부 주요 인사들

참여연대 출신 문 정부 주요 인사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정치권에는 ‘유·시·민(유명 대학, 시민단체, 민주당)’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시민단체 출신의 명망가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으로 부상해서다. 특히 참여연대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노무현은 참여정부, 문재인은 참여연대정부”라는 말이 회자됐다.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엔 장하성(경제민주화위원장) 전 정책실장, 조국(사법감시센터 소장) 전 민정수석, 김수현(정책위 부위원장) 전 사회수석 등이 참여연대 출신이었다. 이들은 논란도 적지 않았다. 현재 주중 대사인 장하성 전 실장의 경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다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 집값이 치솟던 2018년 9월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조국 전 수석은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35일 만에 사퇴했고, 현재 각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수현 전 수석의 경우 정책실장으로 승진했지만 임명 7개월 만에 물러났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강력한 재건축 규제책을 펴왔던 그였지만 막상 본인이 보유한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아파트가 무난히 재건축되자 입방아에 올랐다.

김상조 전 실장의 경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냈고,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김 전 실장 후임인 이호승 정책실장에 앞서 3명의 정책실장(장하성·김수현·김상조)은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다.

수석급 외 비서관급으로는 황덕순(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전 고용노동비서관, 김성진(경제금융센터 소장) 전 사회혁신비서관, 이진석(사회복지위 실행위원) 전 사회정책비서관 등이 초기 청와대에 포진했었다. 행정관으로 시작해 청와대를 잠시 떠났다가 현재 의전비서관인 탁현민 비서관도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 이력이 있다.

행정부에도 이효성(자문위원)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현백(공동대표) 전 여성가족부 장관, 박은정(공동대표)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2018년 3월 임명됐다가 ‘셀프 후원’ 논란으로 17일 만에 낙마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1994년 참여연대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한 뒤 18년간 사무처장·정책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인사가 정부에 들어가면 정부를 감시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와 비정부기구가 합쳐져 ‘수퍼 정부’가 탄생하면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선진국의 경우 시민단체 구성원이 정부에 들어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설훈, 민주유공자예우법 철회=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특혜 논란을  부른 민주유공자예우법을 30일 철회했다. 4·19, 5·18뿐 아니라 유신 반대 투쟁, 6월 항쟁 등에 나섰던 이들의 배우자·자녀 등도 취업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지난 26일 범여권 의원 72명이 공동발의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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