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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먹이고 몸에 립스틱 넣었다" 서당 학폭 피해자의 증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9일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해당 서당에서는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해당 서당에서는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관리 사각지대에서 암암리에 자행된 청학동 서당 내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잇달아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경남 하동의 한 서당에서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상습적 구타와 성적 학대를 당한 A군(17)은 30일 언론을 통해 서당에 들어간 뒤 거의 매일 폭행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A군은 “정액이랑 오줌까지 먹으라고 했다. 물을 달라고 했더니 변기 물을 떠먹였다”고 말했다. 성적인 괴롭힘도 겪었다. 그는 “처음에 (몸 안에) 립스틱을 넣었다”며 “아파서 소리를 지르니 빨래통에서 양말 같은 걸 가져와서 입에 넣고, 테이프로 막은 후 이 같은 행동을 지속했다”라고도 기억했다.

서당 원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 오히려 심한 욕설과 구타가 돌아왔다고 한다. 다리를 다쳐 아프다고 하니 “꾀병 부리지 말아라” “장애인 XX냐”는 폭언과 함께 뺨을 맞았다는 게 A군의 주장이다.

A군은 서당에서 있었던 시간에 관해 “지옥 같았다”며 “한옥만 봐도 생각난다. 수면제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 우울증약을 함께 복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당 측은 “학생들 특성상 싸움이 자주 있었지만 곧바로 분리 조치했다”며 “폭행을 방치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서당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피해 학생이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B군(8)은 “엄마가 간 지 20분 정도 됐을 무렵 입소할 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가해 학생은 B군 어깨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가했는데, 이유는 군기를 잡기 위해서였다.

같은 방을 쓰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B군을 화장실에 가두고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B군은 “흉기를 목에 대고 ‘죽기 전에 한마디 해봐’라고 말하며 내 물건을 다 내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B군은 당시의 충격으로 틱장애를 진단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받는 중이다. 서당 측은 “폭행 등에 대해선 가해자들이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은 청학동 서당 6곳을 수사 의뢰하고 미인가 학원 시설 등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역시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광범위하게 사건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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