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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하시라” vs “사의서 안 냈다” 아수라장 된 광주과기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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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GIST 총장.

김기선 GIST 총장.

“미쳐버리겠네.”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사임 안건을 논의하던 GIST 이사회진 중 한 명이 30일 오후 던진 푸념이다. 아수라장이 된 GIST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국내 4대 과학기술원인 GIST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기이사회를 열었다.

GIST의 최고의결기구인 GIST 이사회는 이 자리에서 마지막 안건으로 김기선 GIST 현직 총장의 사임 안건을 다뤘다. 이사진 15명 중 11명이 참석한 GIST 이사회는 이날 김 총장 사임을 의결했다. 또 이사회는 송종인 GIST 교학부총장도 동반 사퇴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차기 총장을 선임할 때까지 김인수 GIST 연구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하기로 결정했다.

GIST 이사회, 총장 거취 두고 논란

광주과학기술원(GIST) 중앙도서관. [중앙포토]

광주과학기술원(GIST) 중앙도서관. [중앙포토]

이날 GIST 이사회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날 정오경 이사회에 출석해 “GIST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3시쯤 사임 안건이 처리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 총장이 ‘이사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미 “김 총장이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고, GIST 이사회가 이를 수용했다”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후였다. 하지만 김 총장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GIST 이사회는 난감해졌다. 실제로 김 총장은 직접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

GIST 이사회 관계자는 “중도 퇴진하는 김 총장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안건을 처리했는데 난감해졌다”고 말했다. 2019년 3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4년이다.

이후 임수경 GIST 이사회 이사장 등 몇 명의 이사가 김 총장을 찾아가 이사회의 결정을 수용하라고 설득했다. 이사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GIST가 다시 이사회를 개최해 김 총장을 해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명예롭게 퇴진하라는 식으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총장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당황스러우니 시간을 달라’고 이사진에게 요구했다. 또 GIST 홍보실을 통해 ‘(이사회 결과를 보도한) 언론사에 연락해, 기사 삭제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GIST 이사회는 “현재의 지스트 사태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수당 부당 수령 논란…총장 사의 번복

광주과학기술원(GIST) 로고.

광주과학기술원(GIST) 로고.

이날 GIST 이사회가 김 총장 사임 안건을 다룬 건 GIST 노조가 김 총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GIST 노조는 GIST 정보통신공학과 교수였던 김 총장이 총장 취임 이후에도 정보통신융합연구센터장·전자전특화연구센터장을 겸직하면서 부당하게 보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GIST 노조에 따르면, 김 총장은 2개 센터장을 겸직하면서 지난 2년간 급여(4억여 원) 외에 별도로 연구수당(2억3900만원)과 연구개발능률성과급(3300만원)을 수령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광주과학기술원 인공지능대학원 현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광주과학기술원 인공지능대학원 현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반면 김 총장 측은 ‘GIST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이사회에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GIST는 광주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실제로 광주과학기술원법 7조 6항은 ‘총장은 교원 또는 연구원을 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과기부 측은 “해당 조항은 선언적인 조항일 뿐, 총장직에 전념하는 게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GIST 노조는 “국내 4개 과학기술대학이나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는 교수·연구원이 기관장을 맡으면서 연구과제 수행을 책임지는 센터장을 겸직한 사례가 없다”며 “잿밥(연구비)에 눈이 멀었다”고 주장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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