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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원 외교의 재평가? 포스코 '리튬 대박'이 소환한 M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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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해외자원개발을 시작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크게 확대했다. 중앙포토

김대중 대통령은 해외자원개발을 시작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크게 확대했다. 중앙포토

'자원 외교'에 한정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이어받은 정부는 의외로 이명박 정부다. 김대중 정부는 역대 정권 최초로 해외자원개발 계획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자원 외교는 확대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취임사에서 “자원과 에너지 확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원유ㆍ가스 자주개발률(전체 광물자원 수입량 대비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원의 양)을 2009년 9%에서 2019년엔 3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2012년 2월 16일 '해외자원개발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소개되자 ″다이아몬드 캐러 왔느냐″며 농담을 건네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2월 16일 '해외자원개발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소개되자 ″다이아몬드 캐러 왔느냐″며 농담을 건네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MB의 자원외교는 임기 내내, 심지어 임기가 끝난 뒤에도 크게 비판받았다. 지나치게 과감하게 투자한 데다 세계적 원유 가치가 급락하면서 나라 곳간을 거덜 냈기 때문이다. 협상부터 최종 계약까지 44일 초스피드 검토 끝에 캐나다 원유개발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했으나 수조 원 손실을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복마전 의혹이 무성했지만 수사는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석유공사ㆍ한국가스공사ㆍ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 사장들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8년 고발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소금호수에서 리튬 매장량을 측정하기 위한 탐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의 리튬 투자는 큰 성과를 거뒀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소금호수에서 리튬 매장량을 측정하기 위한 탐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의 리튬 투자는 큰 성과를 거뒀다. 사진 포스코

MB의 자원 외교, 대박을 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MB 정부의 자원 외교가 재평가와 함께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포스코가 투자한 해외 자원이 대박 났다는 소식에 맞물려서다.

포스코는 2018년 8월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옴브레무에르토(Hombre Muerto) 소금호수 북측 1만7500헥타르(175㎢)를 호주 자원개발기업 갤럭시 리소시즈로부터 약 3100억원에 사들였다. 서울 면적의 3분의 1 크기로 리튬 약 220만톤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탐사에서 리튬 매장량이 추정치보다 6배가량 많은 135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는 올 2월 리튬 현물가격(중국 탄산리튬 기준)인 톤당 1만1000달러를 적용하고, 추출 효율을 약 20%로 가정하면 누적 매출액이 약 3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지난 4일 발표했다. 3100억원 짜리 소금호수가 35조원 가치이니 1만%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기대감이 섞인 예상 수치이긴 하지만, 고효율 투자라는 데 업계의 이견은 없다.

그렇다면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잭팟’은 MB 정부의 자원 외교와 어떤 연결 고리를 지니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자원특사로 온 세계를 다녔다. 사진은 볼리비아 방문 당시 광업부 장관과의 악수. 사진 AP=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자원특사로 온 세계를 다녔다. 사진은 볼리비아 방문 당시 광업부 장관과의 악수. 사진 AP=연합뉴스

MB 자원 외교, 볼리비아를 향한 이유

MB 정부 때 자원 외교를 최전방에서 이끈 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다. 왕 위의 왕이란 뜻으로 ‘상왕’이라고 불렸던 그는 2009년부터 자원특사로 해외를 누볐다. 첫 방문지는 남미였다.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물리적 거리 때문에 그간 역대 정부가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지역이다.

정권 실세가 남미에 눈을 돌리자 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도 대기업과 함께 남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물산, LG상사, GS칼텍스,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남미의 자원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이때다.

볼리비아 대통령은 한때 MB 자원 외교의 성과라는 평도 받았다. 2010년 8월 25일 방한해 이상득 전 의원과 대화 중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오종택 기자

볼리비아 대통령은 한때 MB 자원 외교의 성과라는 평도 받았다. 2010년 8월 25일 방한해 이상득 전 의원과 대화 중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오종택 기자

그 중 MB 정부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곳은 볼리비아였다. 이상득 전 의원은 2009~2010년 세 차례나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볼리비아에 풍부히 매장된 리튬을 노리고 한 일이다.

당시 세계적 자원기업들은 남미 리튬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었다. 남미 좌파 정부의 ‘공공의 적’과 다름없는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 일본, 호주, 프랑스, 독일 등 자원 개발 선진국들이 정부를 동원해 남미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리튬은 지난 세기의 석유와 같은 에너지 자원이다. 20세기 자동차는 석유로 가지만, 21세기 전기자동차는 리튬이온배터리로 움직인다. 20세기 초 서구 열강이 중동에 들어가 유전을 개발한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가 두 곳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이다. MB 정부는 리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자원개발계획에 처음으로 리튬을 ‘새로운 전략 광물’로 설정했다. 희토류와 리튬의 자주개발률을 2009년 7.3%에서 2019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굴삭기가 소금을 긁어 내고 있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굴삭기가 소금을 긁어 내고 있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대박의 땅’ 볼리비아, 하지만…

리튬은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세 나라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전 세계 리튬의 58%가 이곳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약 1억~8000만년 전 안데스산맥이 솟아오르며 딸려 올라온 바닷물이 빙하기를 거쳐 2만년 전부터 녹아내렸고 빠르게 증발하면서 리튬의 보고를 형성했다. 바닷물에서도 리튬을 구할 수 있지만, 농도가 고작 0.17ppm에 불과하다. 반면 리튬 삼각지대에 고인 소금물 농도는 200~1400ppm으로 바닷물보다 최대 8000배 짙다.

그중 볼리비아 우유니(Uyuni) 소금호수엔 전 세계 리튬의 4분의 1인 2100만톤이 묻혀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는 나라들은 볼리비아에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지독한 자원민족주의가 걸림돌이었다. 2005년 집권한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역사상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외세를 통한 자원 개발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볼리비아라는 나라 자체가 16세기부터 스페인에 은을 수탈당하면서 노예 200만명이 죽은 역사가 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원민족주의자다. 자원을 공동 개발하자고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사업의 진척은 더뎠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원민족주의자다. 자원을 공동 개발하자고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사업의 진척은 더뎠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이 난공불락의 국가에 MB가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도 볼리비아 공략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득 전 의원은 2009년 당시 재선을 노리던 모랄레스 대통령 선거 유세에도 참석하고 다리와 보건소를 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마음을 얻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노력의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은 2010년 8월 볼리비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는 맺지 않은 리튬 개발 양해각서를 한국과 체결했고, 기술 개발에 쓰라며 우유니 소금호수 물을 보내주기도 했다.

포스코는 MB 정부 시절 이상득 전 의원의 요청으로 리튬 추출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사진은 이상득 전 의원(앞줄 가장 왼쪽)이 2008년 9월 4일 포스코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준공식이 끝난 뒤 설비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는 MB 정부 시절 이상득 전 의원의 요청으로 리튬 추출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사진은 이상득 전 의원(앞줄 가장 왼쪽)이 2008년 9월 4일 포스코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준공식이 끝난 뒤 설비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MB 자원 외교가 포스코에 준 것

당시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은 곳이 포스코다. 당시 포스코는 MB 정부 시절 선출된 정준양 회장(2009~2014년)이 이끌고 있었다. 그는 이상득 전 의원의 요청으로 리튬 직접추출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기술 개발은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권오준 원장이 진두지휘했다.

개발된 기술은 획기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리튬 추출은 소금호수 바닥에 구멍을 뚫고 소금물을 퍼 올린 뒤 자연적으로 1년 이상 증발시키고, 이 농축된 소금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포스코는 자연증발 대신 화학적 방법을 통해 추출 기간을 1개월에서 짧게는 8시간으로 줄였다. 2010년 8월엔 RIST 권오준 원장이 직접 볼리비아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리튬은 포스코의 주요 사업 분야가 됐다. 포스코는 이후 볼리비아뿐 아니라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대상으로도 리튬 확보에 나섰다.

2010년 8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볼리비아 우유니 소금광산 개발에 관한 협정서명식을 마친 후 이명박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이때는 희망적이었지만.... 중앙포토

2010년 8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볼리비아 우유니 소금광산 개발에 관한 협정서명식을 마친 후 이명박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이때는 희망적이었지만.... 중앙포토

하지만 MB의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은 초반 성과 이후 진척을 보지 못했다. 국내에선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안 될 걸 알면서도 시작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당시 비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볼리비아는 헌법 298조와 광업법 8조에 중앙 정부를 통해서만 광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못 박아놓았다. MB 정부는 광물을 산업화하기 위해선 볼리비아가 해외 기술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 내다봤다. 당시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을 타진했던 중국, 일본, 프랑스 역시 볼리비아 리튬 산업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모랄레스 대통령도 “개발은 볼리비아 정부가 맡되 산업화는 해외와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해발고도 3650m 높이에 펼쳐진 소금사막 우유니. 우기엔 사막에 물이 고여 얕은 호수로 변해 장관을 연출한다. 이 물 때문에 풍경은 아름답지만, 사업성은 너무 떨어진다. 사진 롯데관광

해발고도 3650m 높이에 펼쳐진 소금사막 우유니. 우기엔 사막에 물이 고여 얕은 호수로 변해 장관을 연출한다. 이 물 때문에 풍경은 아름답지만, 사업성은 너무 떨어진다. 사진 롯데관광

게다가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볼리비아의 리튬 추출은 정치적 장벽뿐 아니라 기술 장벽도 높다. 우선 추출 공정이 까다롭다. 우유니 소금호수는 다른 곳과 달리 마그네슘과 같은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다. 게다가 비도 잦아서 증발식 추출을 하기도 어렵다. 우유니가 건조한 칠레, 아르헨티나의 소금호수보다 아름다운 이유도 우기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얕은 호수가 하늘색을 거울처럼 비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튬계의 사우디’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와 리튬 공동 개발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 모든 장벽을 무색게 하는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기에 수많은 국가가 군침을 흘렸다.

MB 정부의 자원 외교는 박근혜 정부 이후 명맥이 끊겼다. 2009년 2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전 대표. 중앙포토

MB 정부의 자원 외교는 박근혜 정부 이후 명맥이 끊겼다. 2009년 2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전 대표. 중앙포토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린 격이 된 자원 외교

지지부진하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결국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며 사실상 종료됐다. ‘자원 외교가 비리의 온상’이라며 십자포화를 받자 박근혜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MB 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2009~2012년)을 지낸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대통령의 형이 왔다는 이유로 극진한 대접을 해주는 것이 남미다. 그런데 이런 지원이 끊어지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정부관계자를 만날 길이 없다. 남미에선 정부와 대화 창구를 트지 않고 사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은 2015년 “한국이 리튬 개발 사업을 중단해 유감이다. 다시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볼리비아와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자원외교를 도외시했다. 자원개발 사업을 북돋기 위해 민간 기업에 주던 융자는 초라한 규모로 축소됐다. 해외자원개발사업 특별융자 예산은 2007년 4260억원에서 2014년 2006억원, 2020년엔 3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우리와 격차를 벌렸다. 일본은 2019년 자원개발에 정부 돈 7조원 넘게 투입했다. 중국 국영 석유 기업 3곳의 2019년 투자만 80조원이 넘는다.

MB 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패는 고유가 추세에도 공격적이고 방만한 투자를 벌인 탓이었다. 자원투자의 적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 세계적 유가 급락했던 시점이었지만,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MB를 버리려다 자원외교를 버린 꼴이 됐다.

우리 대기업은 2010년 무렵부터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진출했다. 사진은 2013년 1월 10일 칠레 아타카마 소금호수 전경.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우리 대기업은 2010년 무렵부터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진출했다. 사진은 2013년 1월 10일 칠레 아타카마 소금호수 전경.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포스코만 홀로 남아 대박을 낸 까닭 

그렇다면 남미에 남은 우리 대기업은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 남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2010년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소금호수에 진출했던 LG상사와 GS에너지는 개발 비용 증가로 2016년 철수를 결정했다. 놀랍게도 바로 이 옴브레무에르토 호수는 바로 2018년 포스코가 인수해 대박을 터뜨린 바로 그곳이다.

포스코는 볼리비아 사업이 가로막히자 칠레와 아르헨티나로 방향을 틀어 투자를 이어갔다. 2013년 1월 칠레 마리쿤가(Maricunga) 소금호수, 2014년 1월 아르헨티나 포수엘로스(Pozuelos) 소금호수에 시험 공장을 짓고 상업화를 위한 실증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박근혜 정부 시기 권오준 회장(2014~2018년)이 포스코를 맡은 뒤에도 계속됐다. 이번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소금호수 인수 건도 권 회장이 추진했고, 최정우 현재 회장(2018년~)이 이를 이어받아 계약을 성사시켰다.

포스코는 리튬 관련 기술 덕에 남미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사진은 2017년 2월 7일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이 탄산리튬 최종제품을 손에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는 리튬 관련 기술 덕에 남미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사진은 2017년 2월 7일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이 탄산리튬 최종제품을 손에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기술 덕택이었다. 2010년 MB 정부 요청으로 개발했던 리튬 추출 기술이 시작이었다. 2011년 8월 핵심 단위기술을 개발했고 매년 그 기술을 업그레이드해나갔다. 기술 개발과 남미 리튬 사업에 관여했던 포스코 핵심 관계자는 “MB 정부의 자원외교가 포스코의 리튬 추출기술 개발과 리튬 사업의 싹을 틔웠다”며 “포스코는 기술을 발판삼아 남미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리튬 사업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가 잭팟을 터뜨리는 동안,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뀌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019년 선거 부정 논란으로 물러났고 진보 계열인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리튬 개발을 언제 시작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중국 국영기업과 독일 기업이 정부의 지원 속에 볼리비아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을 계속 지원했다면 승산이 있었을까. 의견은 엇갈린다. 강천구 초빙교수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계속됐다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포스코 핵심관계자는 “볼리비아 정부 인사들의 자원민족주의가 워낙 강고해 공동 사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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