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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소리’도 돈 되게 하는 이것…명품도 합류한 ‘우아한 사기’

중앙일보

입력

#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즈말리스는 지난해 3월부터 자신과 친구 네명의 방귀 소리를 1년간 모아 52분 분량의 ‘마스터 컬렉션’ 음성 파일을 만들었다. 그는 “디지털 아트와 GIF(그림 파일)도 파는데, 방귀라고 안될 건 뭔가”라며 NFT(Non fungible Tokenㆍ대체불가능한 토큰) 의 허상을 조롱하기 위해 해당 음성 파일을 NFT 형태로 만들어 경매에 부쳤다. 결과는 420 달러(약 48만원)에 낙찰.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NFT 열풍은 터무니없다. 본질에서 형체가 없는 자산에 가치를 두는 것”이라며“광란의 시장 이면에 투기꾼처럼 빨리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NFT 두 얼굴 "희소성" VS "거품"   

디지털 예술가 비플이 제작한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 786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디지털 예술가 비플이 제작한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 786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NFT의 두 얼굴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쪽에선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인정하며 기꺼이 금액을 지불하는 데 비해 한쪽에선 ‘거품’‘투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림이나 문장 등 디지털 지식재산권(IP)에 고유의 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아온 NFT의 영역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매크로팀장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메타버스(가상 세계)의 시대가 열리면서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자산에 대해서도 가치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NFT는 쉽게 말해 디지털 세계의‘등기부 등본’ 같은 존재다. 원본 증명이 어려운 디지털 세계에서 원본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다. 해당 권리증은 사고팔 수 있다.

루이비통 등 명품업계 NFT 상품 제작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NFT 시장이 일반 소비 시장과 스포츠 등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NFT 시장 조사회사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나이키ㆍ루이비통ㆍ브라이틀링 등 유명 브랜드에서 NFT 상품 제작에 나서고 있다. 나이키는 2019년 말 고객이 구매한 상품에 고유 아이디를 부여해 제품 소유와 진품을 증명할 수 있는 ‘크립토킥스’라는 이름의 특허를 출원했다.

NBAㆍMLBㆍF1ㆍ유럽 축구 리그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 NFT가 접목된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슛 장면 카드는 20만8000 달러(약 2억4000만원)에 판매됐다.

NFT 이용한 부동산 투자 게임도 

게임에서는 상당기간 NFT가 이미 적용됐다. 2019년 출시된 미국 게임 ‘업랜드’는 가상의 부동산 게임으로 NFT를 사용해 실재하는 부동산을 그대로 접목한 가상의 공간(업랜드) 내에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경매하는 게임이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NFT 형태로 발행해 소장하게 해주는 'NBA Top Shot' [사진 NBA Top Shot]

미국 프로농구 NBA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NFT 형태로 발행해 소장하게 해주는 'NBA Top Shot' [사진 NBA Top Shot]

하 팀장은 “현재 IP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NFT 시장은 추후 우주 공간 등 ‘경험’이 가능한 가상 공간에 대한 소유권의 개념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닷컴 버블’처럼‘옥석 가리기’의 진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정혁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역시“예술품이나 연예인ㆍ유명인에 대한 IP를 중심으로 NFT 시장이 활성화하기 시작해 일반 소비자에게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며“이를 통해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산 유동화’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 시장이 훨씬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TF 시장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NTF 시장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권리증일 뿐 원본 소유권 아냐" 경고도    

하지만 일각에선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NFT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증’을 가지는 것일 뿐 디지털 원본 자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본은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해킹 등으로 파괴될 수 있다.

NFT가 적용된 디지털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나오는 우려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아내인 그라임스는 NFT가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경매에 내놨는데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6억원)에 팔렸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디지털 예술가 비플이 제작한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6934만 달러(786억원)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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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디지털 아트뿐 아니라 문장 형태의 디지털 파일도 NFT만 붙으면 ‘몸값’이 뛰고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2006년에 작성한 첫 트윗은 지난 22일 NFT 경매에서 291만 달러(33억원)에 낙찰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현재 NFT 시장은 디지털 아트 작품을 만든 작가(비플)조차도 우려할 정도로‘거품’이 있는 시장”이라며 “NFT가 부여된 디지털 자산이 그렇지 않은 자산보다 희소성을 갖는 것은 맞지만 ‘소유권’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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