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반값아파트와 블록체인’ 吳 ‘스피드 공급과 규제 완화’

중앙일보

입력 2021.03.30 14:50

업데이트 2021.03.31 13:47

LH사태, 네거티브 공방전에 묻혀있지만 오는 4월7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살펴봐야 할 핵심 포인트는 경제공약이다. 서울 시민의 집·일자리 등과 직결된 이슈이기 때문이다.

박영선·오세훈 후보 경제공약 살펴보니

문재인 정부에서의 집값 폭등이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라 유권자들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급을 늘려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기본 컨셉은 비슷하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일률적인 층고 제한 완화, 재개발·재건축 찬성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박 후보는 무조건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는 반대했다. 이를 다 허가해주면 서울은 다시 투기판이 될 것이라며, 민간공급과 함께 공공의 공급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제시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국가 또는 행정기관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이다.

부동산 정책 "공공과 함께" VS "민간 주도로"

박 후보는 “평당 1000만원대 반값 아파트 30만 가구 공급을 위해 지은 지 30년이 지나 노후화한 공공임대주택단지부터 재건축에 착수하려고 한다”며 “국유지와 시유지를 활용하면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을 등한시하는 바람에 집값 폭등을 불렀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재개발 구역지정 기준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이며,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 또는 철폐를 강조한다. 오 후보는 “공급의 핵심 주체는 민간이 돼야 한다. 스피드는 민간에서 나온다”고 했다.

오 후보는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인 ‘상생주택’ 7만호, 소규모 필지를 소유한 이웃끼리 공동개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모아 주택’으로 3만호,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으로 7만5000호, 재개발·재건축 규제 및 용적률·층수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으로 18만5000호 등 모두 36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3.31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3.31 오종택 기자

부동산 과세에 대해서는 두 후보 간 입장차가 선명하다. 박 후보는 재산세 감면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오 후보는 소득 없는 1주택자 재산세 전면감면을 내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민간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공공성 강화를 앞세운 박 후보의 공약에는 민간 부분이 조금 부족한 것 같고, 오 후보의 공약은 정부·의회의 반대로 실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朴 "21개 자족도시로", 吳 "강북에 제4의 도심"

도시계획과 관련 박 후보는 서울을 21개 권역별 도시로 조성해 ‘21분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곡 지구의 연구개발(R&D)센터와 상암지구의 미디어시티처럼 서울을 21분 안에 직장·주거·복지를 모두 해결하는 21개 자족도시로 재편하는 것이다. 강남권 유권자를 겨냥해 한남대교 입구에서 양재역까지 경부고속도로 6㎞ 구간을 지하화하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약속했다.

오 후보는 강북에 제4의 도심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도봉구 창동 차량기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하부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공간과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짓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도심(시청 일대), 강남, 여의도에 이어 제4 도심이 동북권에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서남권(목동·신림·서부·난곡선)과 강북권(강북횡단·동북·면목·우이신설연장선) 경전철 사업에 속도를 내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1.3.30/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1.3.30/뉴스1

산업 육성 정책의 키워드는 박 후보는 ‘블록체인’, 오 후보는 ‘규제완화’로 정리된다.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서울시장을 지낸 경력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블록체인 분야의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서울을 블록체인·프로토콜 경제의 허브로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KS코인’으로 서울 시내 상점에서 결제하고 지방세 등을 납부할 수 있다. 서울 시민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도 이를 통해 지급하겠고 했다.

둘 다 청년 정책 공들여, 자영업자 대책은 대동소이

반면 오 후보가 내세운 ‘서울형 규제프리존’은 혁신전략특구를 지정해 입지규제 등을 철폐하고 재정·세제·금융 등 각종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서울형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 건의 창구 일원화, 서울 규제 통합 포털 구축, 서울형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두 후보는 최근 표심 변화가 심상찮은 2030 청년층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는 청년들에게 최대 5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군제대 청년에게 직업훈련 무료 수강을 지원하며, 특수고용직 등의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월세 지원(매달 20만 원)을 6만 명까지 늘리고,  4차 산업형 청년 취업사관학교를 만들며, 취·창업 특강 및 ‘자산 불림’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경제 활성화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각각 ‘화끈 대출’, ‘4무(無) 대출 보증’ 등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시의 재정을 토대로 무이자 대출,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방역·환경 관련 공약이 눈에 안 띈다"

의욕만 앞세운 청사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두 후보의 경제 공약은 잔여 임기 1년 2개월뿐만 아니라 재선까지 내다본 ‘5년짜리 계획’이다. 실제 실행 과정에 큰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일부 공약은 서울시장 권한을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부동산이나 도시 계획 관련 공약은 국토교통부 등 중앙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들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두 후보 모두 시민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코로나19 방역이나 미세먼지 관련 환경 공약이 딱히 없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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