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수험생 움직인다" 일타강사 전쟁, 이번엔 889억 소송

중앙일보

입력 2021.03.30 13:41

업데이트 2021.03.30 13:54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대형 공무원 시험 학원인 공단기 모습.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대형 공무원 시험 학원인 공단기 모습. 연합뉴스

교육 업체 에스티유니타스가 메가스터디교육을 상대로 88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메가스터디 측이 자사 일타강사의 계약 파기와 이적을 주도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교육 업계 소송액 중 최대 규모다.

에스티유니타스는 30일 “메가스터디교육은 자사 소속이던 전한길(한국사)‧조태정(영어) 강사가 전속 계약 기간을 남기고 메가공무원으로 이적하는데 부정한 방법을 유도해 강사계약 이행을 방해했다”며 “에스티유니타스의 적법한 사업권이 침해돼 발생한 손해를 메가스터디교육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공무원 시험학원 공단기를, 메가스터디교육은 메가공무원을 운영하고 있다.

"새 강의 전날 계약해지, 수험생 피해 커"

에스티유니타스는 전한길 강사와 2026년까지 전속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난해 7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메가공무원으로 무단 이적했다고 주장한다. 전 강사가 공무원 시험 새 강의 시작 전날 갑자기 해지를 통보해 수험생들의 수업권 피해가 심했다는 주장이다.

전씨는 공무원 시험 한국사에서 자타공인 일타강사로 꼽힌다. 지난해 전 강사가 이적 소식을 알리자 수강생들이 하루 만에 900개가 넘는 댓글을 남기는 등 논란이 됐고, 일부는 학원에 환불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전한길 한국사 강사 소개 [메가공무원 홈페이지]

전한길 한국사 강사 소개 [메가공무원 홈페이지]

에스티유니타스는 법원에 전 강사를 상대로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15일 승소했다. 이에 따라 전씨의 공무원 한국사 교재 4권의 인쇄‧제본‧판매‧배포가 금지된 상태다.

에스티유니타스는 두 강사에 대해서도 강의금지‧손해배상 청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시장교란·부정경쟁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결과적으로 수험생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강사들 또한 일타강사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무단으로 이적하고 강사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에스티유니타스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계약 위반과 관련해 상대방 회사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추후 법정에서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2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메가스터디 주최로 열린 '2020 정시 최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 지원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12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메가스터디 주최로 열린 '2020 정시 최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 지원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메가스터디, 유대종 강사 이적 두고 864억 소송 제기 

두 회사의 일타강사 영입을 둘러싼 소송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9년엔 에스티유니타스 자회사 스카이에듀가 메가스터디 소속이었던 수능 국어 강사 유대종씨를 영입했다. 이에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5월 총 86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에스티유니타스·스카이에듀에 373억원, 유씨 개인에 491억원이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메가스터디가 설욕이라도 하듯 전한길 강사를 영입해 공수가 바뀐 셈이 됐다.

일타강사 이적을 둘러싼 교육업체 간 법정 다툼은 지난 2015년 처음 불거졌다. 당시 이투스는 수능 수학 강사 '삽자루' 우형철씨가 스카이에듀로 이적하자, 12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우씨가 계약금과 위약금·영업손실액 등 126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했지만, 2심과 대법원을 거치면서 50억여원으로 줄었다. 최종적으로 우씨는 이자 등을 포함해 이투스에 86억원을 지급했다. 우씨는 지난해 6월 “이투스에 대한 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책임이 있다”며 에스티유니타스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10년대 '삽자루'를 강의실에 들고 들어오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일타강사 우형철 씨 강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2010년대 '삽자루'를 강의실에 들고 들어오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일타강사 우형철 씨 강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처럼 강사 이적을 두고 거액의 소송이 벌어지는 건 일타강사 한명에 따라 수십만 수험생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교육업체에서는 일타강사 영입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고 이적료만 수십억~수백억 원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업체가 매출의 20~30% 정도를 강사료로 쏟아붓고 이적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감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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