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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없던 나들목 만든 그곳···세종 이해찬 집 "땅값 4배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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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과 세종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중 세종~안성구간은 착공 후 공사비 논란을 빚었던 곳이다. 당초 타당성 조사보다 4000억원가량 공사비가 늘어난 가운데 "예정에 없던 연기나들목(IC)이 추가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나들목 예정지는 이해찬(69)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세종시 집과 지척이어서 인근 주민 등이 ‘이해찬 나들목’이라고도 부른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연기나들목 5㎞ #이 전 대표, 2012년 12월 토지 매입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에 있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농지를 매입한 뒤 2015년 일부를 대지로 전환하고 2층짜리 집을 지었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에 있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농지를 매입한 뒤 2015년 일부를 대지로 전환하고 2층짜리 집을 지었다. 김방현 기자

30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서울-세종고속도로 현황’에 따르면 세종~안성구간(55.9㎞)은 2019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공사가 진행된다. 이 구간 공사비는 2009년 도로공사의 타당성 조사 때 2조1971억원에서 현재는 2조5894억원으로 3923억원 증가했다.

설계 바뀌면서 공사비 4000억원 증가 

교량과 터널·IC(나들목)·JCT(분기점)·졸음쉼터·휴게소 등의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예산이 추가로 투입됐다는 게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애초 타당성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연기나들목 입지는 2019년 세종시 전동면 석곡리로 확정됐다. 이 전 대표는 이곳에서 승용차로 5분(5㎞) 정도 떨어진 전동면 미곡리에 주택과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미곡리 일대 농지 1528㎡를 배우자 명의로 1억386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3년 뒤인 2015년 1월 이 전 대표 내외는 지목 변경을 통해 농지 일부인 653㎡를 대지로 전환했다. 2016년에는 창고도 별도로 사들였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2년 12월 매입한 뒤 집을 지은 세종시 전동면 주택과 신설 예정인 서울-세종고속도로 연기나들목과는 불과 5㎞ 거리다. [사진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2년 12월 매입한 뒤 집을 지은 세종시 전동면 주택과 신설 예정인 서울-세종고속도로 연기나들목과는 불과 5㎞ 거리다. [사진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

농지가 대지로 바뀌면서 2013년 ㎡당 2만1400원이던 땅값(공시가)이 지난해 8만6000원으로 4배가량 뛰었다. 이 대표는 바뀐 대지에 172㎡ 규모의 단독주택(2층)도 지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세종시 부동산 가격은 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은퇴 후 살기 위해 샀다”고 수차례 밝혔다.

부동산 업계 "나들목 결정되고 토지가격 크게 올라" 

이 전 대표의 토지가격이 오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부동산 업계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연기나들목을 꼽았다. 2019년 12월 당시 야당이던 바른미래당은 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10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이 이 전 대표 집 근처인 전동면에 나들목을 신설하기 위해 변경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가 ‘세종 천도’를 주장했을 때도 야당은 “오얏나무 근처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실 측은 “(이 전 대표) 자택은 집값이 오르는 세종시내를 피해 버스도 다니지 않는 산속에 평(3.3㎡)당 25만원을 주고 매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기나들목 신설과 관련해서는 “그곳에 나들목이 생길지는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에 있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농지를 매입한 뒤 2015년 일부를 대지로 전환하고 2층짜리 집을 지었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에 있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농지를 매입한 뒤 2015년 일부를 대지로 전환하고 2층짜리 집을 지었다. 김방현 기자

윤영석 의원실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연기나들목 입지가 확정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9년 6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같은 해 9월 도로공사의 타당성 조사에서 빠져 있던 나들목이 실시설계(2017년 12월~2019년 7월) 과정에서는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내 피해 산속 땅 매입한 것" 반박

이 전 대표의 세종 집은 세종은 물론 인근 천안과도 가깝고 고속도로와 철도·국도가 인접해 요지로 꼽힌다. 운주산 자락에 있는 집은 국도 1호선에서 600여m 거리이며, 광역철도 전의역에서 5분 거리다. 인근에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 집 인근의 땅이나 집을 매입하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인근 부동산 업소들의 설명이다. 밭 등 농경지는 3.3㎡당 약 100만원, 대지는 150만원~170만에 거래된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30일 오전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대표가 집을 짓고 살았지만, 주민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며 “부부가 주말에 가끔 온다는 데 얼굴은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세종고속도로는 2009년 타당성 조사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 설명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연기나들목은 2017~2019년 생겨난 게 아니라 2009년 타당성 조사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방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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