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예견된 지방대학의 몰락, 지역 소멸 가속화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1.03.30 00:26

업데이트 2021.03.3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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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 개혁 전문위원장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 개혁 전문위원장

지방대학 몰락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4년제 대학 162개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는데 대부분이 지방대학이다. 배후 산업과 인구가 있는 부산·대구 지역에서도 수백 명씩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나왔다. 이 여파로 여러 대학 총장들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수도권·국립대학도 정원 줄이고
지방대 진학 유인할 법 제정해야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 대학들 입장에서는 학생 미충원은 재정난을 초래해 결국 폐교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 소멸은 가속하고 불가피할 것이다.

사상 처음 40만 명 선으로 떨어진 2002년 출생자들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으니 지방대학의 위기는 18년 전에 이미 예견됐던 셈이다.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정부는 물론 한국 사회와 우리 대학들은 제대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다. 문제는 미래가 더 어둡다는 것이다.

2002년 이후 출생자가 더 급속도로 줄어왔기 때문이다. 2020년  출생아는 27만 5815명이었다. 2002년보다 44%나 줄었다. 지방대학은 몇 년 안 가서 대부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의 몰락을 막고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면 특단의 대책과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

첫째,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만 정원 감소라는 채찍을 가하면 대학의 재정 파탄과 지방 도시의 붕괴로 직결될 것이다. 수도권과 전국 국립대학도 학령인구 감소율에 따라 동시에 정원을 줄여야 한다.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매년 수만 명이 편입함에 따라 인구 유출로 인해 지방대학의 재정을 더 어렵게 한다. 따라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에는 편입생도 포함해야 한다.

둘째, 지방대학 진학을 유인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공기업 선발에 지역인재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혁신도시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지난달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지방대학의 의대·치의대·한의대·약대·간호대는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했지만, 비율은 정하지는 않았다. 50%가 하한선으로 적당해 보인다.

셋째, 부실 사립대의 질서 있는 퇴출과 대학끼리 인수합병(M&A)을 뒷받침하는 법이 필요하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대학이 폐교할 경우 잔여재산의 국고 귀속을 규정해 재정이 어려운 대학도 버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부실 사립대학이 계속 남아있으면 우량 대학에 갈 재원을 분산시켜 우량 대학도 부실화할 수 있다. 퇴출 시 일정 부분의 투자금 환원은 한계에 이른 대학들의 퇴출을 유인할 것이다. 대학들의 자율적인 통합은 유사 중복학과 정리를 통한 정원 감축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넷째, 정부 평가 위주의 대학 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지자체의 대학 지원을 뒷받침할 법제화다. 정부 평가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를 중시해 대학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이 부족해 정부 사업에 많은 물적·인적 역량을 투입한다. 대안으로 대학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 대학 혁신에 필요한 재정은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한국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의 시골 소재 대학 사례는 많다. 모두가 서울대를 따라가지 말고 특화된 교육과정과 학생 맞춤형의 품질 높은 강의를 제공해야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출생자인 70%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장차 OECD 회원국 평균인 4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경우 2039년에는 현재 대학 10개 중 8개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수도권 대학도 피해 갈 수 없다. 강력한 대학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 개혁 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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