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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백신 부족, 극복할 묘책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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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 우려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2분기 백신 보릿고개에 대한 정부의 비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을 준비하는 의료진.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 우려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2분기 백신 보릿고개에 대한 정부의 비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을 준비하는 의료진.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늦었던 우리나라가 백신 공급 차질까지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 위주로 짜인 기존 백신 전략을 재점검하고 백신 보릿고개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코백스, 물량 축소와 공급 지연 현실화 #백신 민족주의 득세…불확실성 줄여야

어제 0시 기준 국내에서 백신을 맞은 누적 접종자(1차 접종 기준)는 79만3955명이었다. 인구(5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1.5%로 저조하다. 인구 100만 명당 백신 접종 횟수는 세계 105위 수준이다.

특히 누적 접종자 수는 집단면역에 필요한 3627만 명(전체 인구의 70%)의 2.1%에 불과하다.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같은 달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 속도는 이처럼 당초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백신 수급 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어제 “당초 3월 중에 들어오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코백스(COVAX) 물량 69만 회분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돼 4월 셋째 주에 43만 회분이 공급된다”고 발표했다. 다국적 백신 공동구매기구인 코백스를 통한 물량이 당초보다 대폭 축소된 것은 물론이고, 공급 시점도 크게 늦어졌다는 얘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제적 공급 상황의 어려움이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백신 공급 차질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자국 우선 ‘백신 민족주의’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인도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수출보다 내수를 우선하는 자국 이기주의 때문에 글로벌 백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얀센 백신을 만든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2분기에 50만 명분 이상을 한국에 공급하려던 기존 입장을 바꿔 50만 명분 미만으로 줄여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분기에만 1150만 명을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백신 확보량은 70%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백신을 맞고 싶어도 제때 못 맞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백신 확보 전략을 잘못 짠 게 뼈아프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5일 10만 명을 돌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데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는 500명 선을 넘나들고 있어 4차 대유행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의 방역 규제를 2주간 연장했다. 정부의 방역과 백신 전략이 동시에 길을 잃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백신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 거리두기에 따른 고통을 장기간 견뎌 온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날 수 있다. 외신은 백신 접종 속도가 한국경제 회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은 백신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을 제거해 줄 정부의 비상 대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