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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좌초 선박 1주 만에 부양…막혔던 물길 곧 뚫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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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3일 좌초됐던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9일 물에 떠올라 선미가 제방에서 떨어져 있다. 위치도 운하 한 가운데로 옮겼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좌초됐던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9일 물에 떠올라 선미가 제방에서 떨어져 있다. 위치도 운하 한 가운데로 옮겼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좌초돼 수에즈운하의 통행을 막아왔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 호가 29일 오후(현지시간) 다시 떠올랐다. 좌초된 지 7일 만이다.

에버기븐호 운하 중간지대로 이동 #인재 여부 등 사고 규명작업 나서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성명을 인용해 선박이 완전히 물 위에 떠올랐으며 운하의 통항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고 선박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이집트 TV가 보여준 선박 추적장치에 따르면 이 배는 운하의 한 가운데에 위치했다.

앞서 이날 아침(현지시간) 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로이터 통신에 “제방과 4m 거리에 있던 사고 선박의 선미가 제방에서 102m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며 “이에 따라 배의 방향도 80%가량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선주인 일본의 쇼에이 기센(正榮汽船) 측은 네덜란드의 구난 전문업체인 스미트샐비지를 동원하고 SCA와 협력해 사고 선박이 닿은 제방과 선박 밑 부분을 파내면서 선체 부양을 시도했다. 아울러 10여 척의 예인선을 동원해 선체를 네 방향에서 밀고 당기면서 배의 방향을 돌리려고 해왔다.

SCA는 에버 기븐호가 현재 위치에서 북쪽에 있는 그레이트 비터 호수로 이동한다면 운하의 통행을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트 비터 호수는 수에즈운하 지대의 중간에 있는 비교적 넓은 수역이다. 하지만 언제쯤 운하 통항이 재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SCA는 구난 작업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규명 작업에도 나섰다. 애초 에버 기븐호의 용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 측은 좌초 이유에 대해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 선체가 수로를 이탈한 뒤 제방과 부딪혀 좌초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SCA의 라비 청장은 “사고 원인이 돌풍만이 아닐 것”이라며 “기술적 결함이나 인재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버 기븐호가 지나기 직전에도 42척의 배가 운하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도 “이날보다 더 강한 바람이 분 적이 있지만 좌초는 없었다”고 말했다.

길이 400m에 22만t급인 에버 기븐호는 지난 23일 중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다 수에즈운하 남쪽에서 좌초됐다. 세계 무역량의 12%가 통과하는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국제 물류 동맥경화 우려로 원유 가격이 요동쳤다. 이날 에버 기븐호가 다시 떠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159L)당 1달러 떨어진 63.67달러에 거래됐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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