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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돈에 최고치 찍은 주요국 집값…WSJ "코로나발 거품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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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 집값이 일제히 상승하며 주택 시장의 거품 우려가 커졌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선전의 아파트 단지. [EPA=연합뉴스]

중국 선전의 아파트 단지. [EPA=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집값이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또 지난해 연간 집값 상승률도 5%에 육박하며 근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중국 선전(深圳)의 경우 지난 1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16%를 기록했다. 과열을 우려한 중국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취했지만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도 지난달 주택 중위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23% 급등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근무지인 오클랜드에 집을 구하지 못해 차로 4시간 떨어진 거리에 거주한다는 샘 힌들(29)은 WSJ에 “최근 6차례 부동산 경매에 참여했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아 집을 살 수 없었다”며 "악몽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서울의 경우 지난해 15% 가까이 집값이 오르면서 신혼부부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WSJ은 이같은전세계적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초저금리 기조와 대출 확대▶천문학적 규모의 부양안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넓은 집’ 이사 수요 등을 꼽았다.

이런 이유에 각국 정책 당국도 딜레마에 부닥치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선 금리 기조 등에 변화를 줘야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이다.

향후 거품 붕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최근 낮아진 자금 조달 비용에 빚을 더 얻어 집을 사는 가정이 늘면서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경고성 보고서를 냈다. 카스텐 빌토프트 덴마크 중앙은행 부총재는 “연간 5∼10%씩 오르는 시장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등에선 대출자들의 신용등급이 높고, 투기보다는 실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2008년과 같은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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