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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도 워싱턴에 만발한 벚꽃, 제주도 한라산 왕벚꽃일까

중앙일보

입력

벚꽃은 일본의 국화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축제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미국 수도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포토맥 강변에 일본이 100여년 전에 기증한 벚꽃이 만발했다. 뒤로 제퍼슨 기념관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포토맥 강변에 일본이 100여년 전에 기증한 벚꽃이 만발했다. 뒤로 제퍼슨 기념관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포토맥강 주변에서는 이맘때면 4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강변은 연분홍빛 천지로 변해 황홀경을 연출한다. 벚꽃은 1912년 일본이 우정의 선물로 보낸 3000여 그루가 시초다. 일본은 자신의 국화를 미국의 수도에 대량으로 보냈고, 워싱턴에서는 100년이 넘도록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에는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벚꽃은 변함없이 하얀 꽃망울을 터뜨렸다.

만발한 벚꽃 뒤로 워싱턴 기념탑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만발한 벚꽃 뒤로 워싱턴 기념탑이 보인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워싱턴의 이 벚꽃이 제주 한라산에서 채집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1910~1996) 박사는 생전에 발표한 글에서 "일본 도쿄 시장이 1910년 아라카와 강변의 벚나무를 워싱턴에 선물했지만 벌레가 먹어서 다 죽었다. 일본은 새 품종 벚나무를 다시 선물했는데 이때의 벚나무는 제주도에서 채집한 것으로 미국 풍토에서 강하게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벚꽃이 만발해 시민들이 구경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벚꽃이 만발해 시민들이 구경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1910년 1월 6일 시애틀 항구에 도착한 일본산 벚꽃 묘목은 검역 과정에서 병충해에 걸린 것이 확인돼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명령으로 전량 소각됐다. 그런데 불과 14개월 후인 1912년 2월 14일 3020그루의 묘목이 다시 시애틀에 도착해 워싱턴으로 운송했다. 단기간에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다시 모을 수 있었느냐의 문제, 미국 정부가 일본산 벚나무의 안전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실을 생각하면 코벨 박사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중에 미국 농무부에서 실시한 벚나무 유전자 검사에서도 제주 왕벚나무꽃과 워싱턴의 왕벚나무꽃이 동일한 염기 서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서 하얗게 핀 벚꽃. AFP=연합뉴스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서 하얗게 핀 벚꽃. AFP=연합뉴스

한 워싱턴 시민이 28일 포토맥 강변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워싱턴 시민이 28일 포토맥 강변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에서 미국에 벚꽃을 기증한지 100년이 넘었다. AP=연합뉴스

일본에서 미국에 벚꽃을 기증한지 100년이 넘었다. AP=연합뉴스

일본은 1930년대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다가 해방 이후 워싱턴과 제주의 벚나무가 다른 종자라고 입장을 바꿨다. 1945년까지는 한반도가 그들의 점령지였지만 해방 이후에는 입장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워싱턴의 벚꽃이 원래 우리 땅에서 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는 그렇다. 빼앗긴 땅에서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떠나간 꽃이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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