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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 새로운 역사를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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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명자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김명자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코로나바이러스는 23가지가 알려졌고, 그중 7가지가 사람에게 감염증을 일으킨다. 4가지는 1960년대부터 감기로 자리 잡았고, 2003년 사스와 2014년 메르스는 독종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감염병 연구개발 우선 목록에 7가지 감염병과 ‘질병X’(미지의 신종 감염병)를 포함시키며 코로나바이러스도 검토하다가 놓쳐버렸다. 곧이어 사스의 2세대인 사스-코브-2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켰다.

10년 개발기간을 10개월로 단축 #최초 mRNA 백신 등 12종 출시 #백신 확보와 정확한 정보 필요 #변이 대비 범용백신도 개발해야

지구촌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사상 최초로 10여년 기간을 10개월로 단축시켜 mRNA 백신을 처음 개발하는 등 3월 기준 10여 개국이 12가지를 출시했다. mRNA 백신은 40년간의 기초연구와 사스와 메르스 사태에서 쌓은 실용화 기반, 바이오 벤처기업의 연구개발과 빅 파마의 대량생산·마케팅 제휴가 빚은 결실이었다.

현재 출시된 코로나19 백신 유형은 5가지다. 특정 항원이나 유전정보 등을 바꿔 백신을 제조하는 플랫트폼 기술로 보면, 단백질 서브유닛(subunit), 바이러스 전달체(vector), DNA, 불활성화, RNA 플랫폼 신기술로 구분된다. 그리고 임상시험 단계 80여종, 동물실험 단계 80여종에 기타 방식까지 합쳐 250가지 이상이 후보군이고, 우리나라도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사상 유례없는 ‘백신 러시’ 속에서 국가별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질없는 백신 확보와 접종이 집단면역 달성의 열쇠인데, 긴급사용승인으로 진행되다보니 안전성과 우열 논란 등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마이크 더건 미국 디트로이트 시장은 백신의 효능(efficacy) 수치를 근거로 존슨앤존슨 백신 도입을 거부했다가 철회했다. 처음부터 임상 데이터 부실로 우여곡절을 겪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증과 연관이 없다는 결론이 났고, 2월말에는 EU에서 효능 불신 탓에 공급 물량의 80%가 남아돌기도 했다.

백신 효능은 화이자-바이오앤테크 95%, 모더나 94%, 노바백스 89%(2021년 2월 기준), 아스트라제네카 67%, 존슨앤존슨 66% 등이다. 이 수치는 어떻게 얻어졌으며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0년 12월 최초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백신의 경우 임상 3상에 참여한 피시험자는 4만3000여 명이었다. 인종, 나이, 성별을 고려하고 기저질환자도 포함됐다. 이들을 백신 투여군과 위약(placebo)군으로 나눠 접종하고 일정 기간 일상생활을 하게한 뒤 코로나19 발생을 비교한 결과 위약군에서는 162명, 백신 접종군에서는 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따라서 효능은 162분의 154(162-8), 즉 95%가 되었다.

그렇다면 효능 수치가 곧바로 백신의 우열을 나타내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백신마다 각각 다른 국가, 다른 시기에 임상시험을 했기 때문이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임상은 주로 미국에서 확산세가 주춤하던 여름에 했다. 존슨앤존슨은 미국에서 확진자가 피크를 이루던 가을에 시험한 데다, 변종이 출현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에서도 했다. 미국에서의 효능은 72%였고, 남아공에서는 변종 바이러스가 67%라서 효능이 낮았다. 이렇듯 국가·시기·바이러스 유형 등 핵심 변수가 다른 조건에서 얻어진 결과를 놓고 백신 우열의 잣대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백신의 유형, 접종 횟수와 간격·용량·저장온도 등 특성도 다르다.

백신의 효능은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중증의 감염증을 일으켜 입원하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을 막는 데 있다. 효능 95%의 의미는 100명 중 95명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접종한 사람이 중증을 앓게 될 확률이 95% 줄어든다는 뜻이다. 코로나19 백신은 효능 수치가 달라도 중증 방지 기능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 변종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등은 아직 확실치 않다.

백신의 흑역사도 있다. 그러나 백신은 리스크에 비해 이익효과가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인체 면역은 오묘하다. 바이러스의 주입량이 적으면 선천 면역으로도 무찌를 수 있고, 바이러스가 많이 들어온다고 중증을 앓는 것도 아니다. 무증상도 있다. 이번 팬데믹은 개인 면역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mRNA 백신 개발로 유전자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시간문제일 뿐 다시 오게 돼있는 팬데믹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기술은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바이러스와의 힘겨루기에서,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빠른 변이 때문에 백신이 무력화되는 것을 피하려면, 변이율이 낮은 특정부위를 겨냥하는 범용백신이 개발돼야 한다. 백신의 부작용 해소,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의 맞춤형 백신, 암·알츠하이머 등의 치료제 백신도 나와 줘야 한다. 과학기술계가 융합연구에 의해 얼마나 빠른 시간에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김명자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