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북한에 단호해진 미국…정부, 현실 직시하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5일 취임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5일 취임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유엔은 영국·프랑스 등의 요구로 30일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회의를 열 계획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으로,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유엔에서 대북제재위를 연 데 이어 30일 안보리 회의를 거쳐 북한에 제재를 추가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도발에 신속·원칙 대응 #30일 유엔 안보리, 북 탄도미사일 논의

북한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만 30번 넘게 미사일을 쏴 왔지만, 제재 한 번 가하지 않고 넘어갔던 트럼프 대통령 시절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며 동맹들을 규합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공적으로 만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빈말이 아님이 입증된 것이다.

북한이 25일 아침 동해상에 쏜 탄도미사일 두 발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도발이다. 사거리 600㎞급으로 대한민국 전역이 사정권이다. 화력도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하는 에이태킴스급으로 추정된다. 지난 4년간 한·미가 방관하는 사이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한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의 눈치를 보며 뒷북 대응하는 고질병을 고치지 못했다. 지난 21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쏜 사실을 숨기다 외신이 보도하자 뒤늦게 공개했고, 25일 탄도미사일 발사도 ‘단거리 발사체’ 운운하다 4시간 만에야 ‘탄도미사일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규탄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한마디로 넘어갔다. 이랬던 정부가 27일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중대한 위협”(국방부 대북정책관)이라고 돌연 말을 바꿨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북한이 쏜 미사일 두 발 갖고 이렇게 널을 뛰는 정부·군을 국민이 어떻게 믿고 잠을 잘 수 있겠나.

문 대통령은 ‘돌아온 미국’을 직시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서 수십 년간 외교를 다뤄온 데다 부통령으로 대북정책에 관여한 경험도 있다. 이런 베테랑을 상대로 북한을 감싸며 대화만 강조하는 건 효과도 없을뿐더러 위험하다. 바이든의 기조는 분명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단거리급이라도 미국(주한미군)과 동맹(한국)에 위협이므로 동맹을 주축으로 단호히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밀어붙인다면 동맹의 울타리에서 이탈해 외톨이 신세가 될 우려만 커진다.

북한도 달라진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신물 나게 경험해 온 바이든에게 도발에 의존하는 낡은 전술은 먹힐 수 없다. 투명한 방식으로 미국과 소통하는 것만이 살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