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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백신 접종만이 희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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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과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주로 접종 30분 이내에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급성 알레르기 질환)에 의한 쇼크사인 경우가 많은데 데 극히 드물게 발생한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은 각종 약물, 혈관 조영제, 음식물 등이 체내 비만 세포를 활성화해 히스타민을 비롯한 염증 매개 물질들을 혈액으로 대량 방출하며 쇼크를 초래한다. 백신도 드물지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다.

코로나19 백신 이전의 백신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확률은 100만명에 1∼2명 정도였다. 초기에 발견되면 응급치료로 완치할 수 있으므로 접종 후 15∼30분간 반드시 관찰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그 외 부작용은 국소와 전신으로 나눌 수 있다. 국소 부작용은 주사 부위 통증, 동통, 발적, 부종 등으로 수일 내에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전신 부작용은 발열, 근육통, 두통, 무력감, 오심(구역질) 등으로 사람에 따라서는 몹시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호소가 다소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물질에 대한 우리 몸의 방어기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이 검증한 결과 관련이 없음을 밝혔다. 한국도 혈전증 보고가 있었으나, 같은 이유로 인과성 없으므로 결론이 났다. 혈전증은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한해에 한국 국민 약 1만7000명이 진단을 받고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서 더 높은 비율로 혈전이 발견되지 않는 한 백신이 혈전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의학적 논리다. EMA는 백신과 혈전과의 인과 관계는 없다고 판정하면서도 극히 드문 혈액응고장애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가진다고 발표했다. 2000만명 이상이 접종한 유럽에서 불과 25명의 혈액응고장애가 발생한 것인데, 코로나19의 높은 치명률을 고려하면 극히 드문 부작용이 두려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물론 한국도 혈전을 비롯한 모든 부작용의 발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 투명하게 알리고, 진상을 밝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온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우리 사회와 개인의 이득이 위험 요소보다 크다면 백신 접종은 최대한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 집단 면역 획득은 코로나19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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