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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는 남기고 폰만 철수? LG전자, 노키아의 길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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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지 두 달이 넘도록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사실상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롤러블폰 등 핵심 기술이 담긴 스마트폰 특허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노키아 특허 활용, 5G 장비로 부활 #구글, 모토로라 인수로 특허 대박 #LG 특허 5204건, 애플보다 많아 #스마트가전, 차 전장사업 미래 자산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사업 재검토 선언 이후 시장에선 해외 매각설이 유력하게 대두했다.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이나 미국 구글·페이스북, 독일 폴크스바겐 같은 기업과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이 되풀이되자,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 등 매각 대상자들은 MC사업부 통매각보다는 일부 조직만 인수하거나 지식재산권(IP)에 눈독을 들였고, 핵심 모바일 특허를 내놓지 않으려는 LG전자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핵심 모바일 기술은 단말뿐 아니라 스마트 가전, 자동차 전장 사업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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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과 특허조사업체 더웬트에 따르면 LG전자가 보유한 스마트폰 관련 특허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 2396건, 미국 2162건, 중국 646건이다. 삼성전자(한국 2554건, 미국 5113건, 중국 1151건)보다는 적지만, 애플(한국 380건, 미국 2529건, 중국 519건)보다 많다.

스마트폰 특허의 효력을 보여주는 예는 많다.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125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에 사들이면서, 모바일 특허 1만7000개를 획득했다. 이후 대다수 특허와 연구개발 부서는 남기고 2014년 중국의 PC제조업체 레노버에 29억1000만 달러(약 3조원)를 받고 재매각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구글은 모토로라 휴대전화가 아닌, 특허를 확보한 덕분에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전기차 OS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G폰 시장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는  2013년 특허권만 남기고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노키아는 이후 통신장비 회사인 지멘스(2013년)와 알카텔-루슨트(2016년) 등을 차례로 인수·합병하며 특허를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무선 네트워크 사업을 키웠다. 현재 화웨이(중국)·에릭슨(스웨덴)에 이어 5G 통신장비 부문 세계 점유율 3위다.

블랙베리는 2016년 스마트폰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 TCL에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 마케팅 권한을 넘겼지만 무선 기술에 대한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인력 유출은 최소화해 사업의 무게를 소프트웨어와 전장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은 철수하되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전장사업 등 신성장 부문을 성장시키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LG전자가 모빌리티와 전장, 로봇, AI 사업을 이어가려면 모바일에서 연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특허와 연구개발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AI 기반 통합 솔루션 기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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