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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이효리 죄다 때린 中 '분노청년'…누가 그들을 키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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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 택배업체 중통이 BTS 제품의 운송을 중지한다는 공지(왼쪽)와 중국인들이 SNS에서 이효리를 비난하는 글. [웨이보·인스타그램 캡처]

중국 택배업체 중통이 BTS 제품의 운송을 중지한다는 공지(왼쪽)와 중국인들이 SNS에서 이효리를 비난하는 글. [웨이보·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7월 가수 이효리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자신의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고 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결국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한 일이 있었다. 한 달 뒤 방탄소년단(BTS)도 밴 플리트 상을 받으면서 6·25 전쟁을 두고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고 언급했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중국…』 펴낸 김인희씨 인터뷰 #“천안문사건에 충격 받은 공산당 #학생들에 맹목적 애국주의 교육 #극단적 중화주의, 홍위병과 흡사”

당시 “중국에 예의를 지키라”거나 “역사를 제대로 알라”는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에 찬 대응은 한국 사회에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최근 출간된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은 이런 상황을 설명할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저자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이런 문제를 맞닥뜨렸다. ‘분노청년’은 중국에서 온라인을 이용해 “맹목적으로 애국하고 광적으로 외국을 배척하고, 자유주의적 지식인을 공격하는” 청년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중국에서 이들은 어떤 존재이며, 한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26일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연구위원 뜻에 따라 사진은 싣지 않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분노청년’은 무엇인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이다. 홍위병이 마오쩌둥의 권력을 위해 이용당했듯 이들은 중국 공산당에 이용당하고 있다. 홍위병의 사상적 무기가 사회주의라면 이들은 애국주의다. 홍위병은 자산계급을, 분노청년은 외국을 공격한다. 둘을 아우르는 건 중화주의다.  모두 서양을 비판하고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분노청년은 세상이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이 요구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고대문명을 가진 사회주의 대국인데 세상이 중국을 존경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분노청년은 시대별로 명칭이 다른데 최근의 ‘소분홍(小粉紅)’ 세력은 90년대 이후 출생자로 한류에 익숙한 세대다. 그래서 애국주의 교육과 팬덤문화가 뒤섞여 있다. 팬덤의 대상은 시진핑, 민족, 국가가 됐다.”
이들이 왜 나타났나.
“홍위병은 대약진운동이 실패하고 마오쩌둥이 비판받자 나타난 것처럼 분노청년의 탄생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의 충격으로 나타났다. 공산당은 이후 비판적 젊은 세대의 출현을 막으려 강력한 애국주의 교육과 운동을 벌였다. 공산당 업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당을 불신하고 천안문 사건이 발생했다고 봤다. 그래서 근현대사 교육을 중시한다. 국치를 잊지 말고 분발하자는 것이지만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외국에 대해 비이성적·감정적·극단적 성향을 갖게 됐다. 서양 제국주의 침략을 강조하고, 위대한 고대와 굴욕적 근대에 대한 기억이 청소년들 마음속에서 극도의 분노를 유발하고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악마화했다. 6·25 전쟁도 자신들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를 구해준 전쟁이라고 교육받는다.”
한국에 대해서도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데.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한국에 열광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교만하고 음흉하다고 생각한다. 활자, 의학 등 중국 문화의 세례를 받고도 인정하지 않고 단오제 등을 자신의 문화로 꾸며 세계문화유산에 올린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어야 하는데 한류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일본도 과거사 문제로 미워하지만 최근엔 한국을 더 싫어하는 것 같다. 홍콩 시위에 지지를 보낸 것에도 분노한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한국=속국’이라는 정서가 강하다.”
‘K’ 열풍이 부는 한국을 돌아보면 분노청년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한국의 유사역사학자들이 ‘중국의 고대 문명은 다 동이족이 만든 것’ ‘공자도 치우도 한국인’이라는 식으로 선전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중국인들이 알게 되면서 감정이 악화했다. 우리도 빌미를 준 점이 있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볼 지점들이 있다. 오해도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중국에서 ‘파오차이’(泡菜)는 한국의 김치를 가리킨다. 한국인에 대한 경멸적인 호칭이기도 하다. 단오제는 중국에서 초나라 때 유명한 시인인 굴원을 기리는 명절이다. 그런데 중국에선 한국이 굴원을 뺏어간다는 것으로 여겼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식을 중국 언론에 알린 중국인 교수도 ‘한국처럼 전통문화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렸는데 언론에서 ‘한국이 가로챘다’는 식으로 기사를 냈다고 하더라. 정작 고구려 문제는 중국에서 별 관심이 없다.”
중국에선 분노청년을 어떻게 보나.
“2010년까지는 ‘병적 애국주의’라며 비판하는 책이 많이 나왔다. 랴오바이핑 같은 유명 칼럼니스트는 ‘아큐의 정신승리법’ ‘머리가 없고 하루종일 반미, 반일만 생각하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한 감정적인 동물’ 등으로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자샹, 러산 등 저명인사들이 ‘애국을 무기로 깡패짓 하는 부랑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이후 국가적 압박이 강화하면서 이런 목소리가 힘을 잃고 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을 접한 나를 비롯한 중국 연구자들은 매우 당황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중국이 아니다’라는 탄식을 자주 한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쉽지 않을 것 같다. 관건은 중국 당국의 변화다. 외국을 대하는 방식이 매우 공격적이고 배타적이다. 지금의 중국 젊은 세대는 유치원 때부터 애국사상을 들이부은 세대다. 빈부격차 등의 내부 문제가 아무리 불거져도 국가의 방향을 그대로 따라간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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