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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막혀 9000㎞ 우회…46년 만에 희망봉 돌아 유럽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HMM이 지난해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은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인해 아시아-유럽 노선 항로를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HMM이 지난해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은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인해 아시아-유럽 노선 항로를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수에즈 운하가 사고로 막히자 해운전문업체 HMM이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한 컨테이너선의 뱃머리를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렸다. 희망봉 우회는 중동 분쟁으로 수에즈 운하가 막힌 1975년 이후 46년 만이다.

HMM은 이달 말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날 예정이던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의 항로를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우회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3척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오는 중이며, 1척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중이다. HMM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해운동맹) 회원사와 논의해 우회하기로 결정했다"며 "나머지 선박에 대해선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MM은 2만4000TEU급 12척을 포함해 14~15척을 유럽 노선에 투입 중이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약 9000㎞를 더 항해해야 해 운항 시간이 1주일가량 더 걸린다고 HMM은 밝혔다. HMM 관계자는 "시간이 더 걸리고 유류비가 그만큼 더 들 것"이라며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수에즈 운하 통관료를 아낄 수 있다. 비용보단 1주일 이상 지연되는 게 리스크"라고 말했다. HMM의 아시아~유럽 항로 컨테이너선은 편도 기준으로 12주를 주기로 운항한다. 수에즈 운하 사고가 장기화할 경우 임시 선박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는 전 세계 모든 컨테이너선이 발이 묶인 상태라 국내 업계한테 악재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에즈 운하 사고로 유럽 노선 컨테이너선 운임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에즈 운하 사고 이후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유럽 항로 운임은 5주 만에 반등했다. 지난 26일 발표한 SCFI 유럽 노선 운임은 1TEU당 3742달러(약 420만원)로 한 주 전보다 77달러 올랐다. 지난해 SCFI 유럽 노선 평균 운임은 1204달러였다.

앞서 지난 13일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파나마 선적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에 따르면 이 사고로 약 3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인 상태다.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예인을 위해 작업 중이지만, 배를 언제 띄울 수 있을지 일정을 예상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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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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