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연 셀트리온 vs 승인 불발 종근당…코로나 치료제, 무슨 차이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3.28 16:42

유럽의약품청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렉키로나주(CT-P59)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유럽의약품청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렉키로나주(CT-P59)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는 국내 병원에 이어 해외에서도 사용 권고를 허가받았다. 이에 비해 종근당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는 조건부 허가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셀트리온, 미국서도 허가 협의 진행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에 대해 ‘품목허가 전 사용권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유럽연합(EU) 각국은 CHMP 권고를 바탕으로 자국의 렉키로나 처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가 유럽 수출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규제기관과 렉키로나 허가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열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EMA 승인 결과와 임상 데이터 정리를 통해 미국에서도 (렉키로나를) 승인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종근당 치료제는 국내서 승인 불발 

유럽의약품청(EMA)이 3월 26일(현지 시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대해 ‘품목허가 전 사용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의약품청 홈페이지 캡쳐]

유럽의약품청(EMA)이 3월 26일(현지 시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대해 ‘품목허가 전 사용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의약품청 홈페이지 캡쳐]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가 유럽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진 것과 대조적으로, 국산 2호로 기대를 모았던 종근당의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은 허가 승인이 불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자문회의 결과 “나파벨탄은 임상 2상 시험 결과만으로 허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건부 허가를 불허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허가 심사를 위해 식약처가 운영 중인 전문가 자문회의 중에서 검증자문단 회의는 첫 번째 단계다.

똑같이 일부 환자에만 효과 있는데…왜 

조건부 허가를 두고 희비가 엇갈린 건 ‘유효성 입증’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조건부 허가를 받으려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렉키로나나 나파벨탄 모두 안전성 측면에서 큰 논란은 없었다.

두 회사가 개발한 치료제는 모두 비슷한 시기 임상 2상에서 일부 코로나19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렉키로나는 경증·중등증 환자, 나파벨탄은 중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에서 종근당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했다. [종근당 제공]

러시아에서 종근당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했다. [종근당 제공]

하지만 임상시험 설계가 유효성 평가 여부를 결정했다. 셀트리온은 증상이 가벼운 경증 환자와 중등증 환자를 2상 임상 대상으로 설계했다. 중증 환자는 애초에 임상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기준으로 시험한 결과 폐렴에 걸렸거나 50세 이상인 중등증 환자의 경우 치료기간을 최장 6.4일 단축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임상시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다.

이는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에 이어 유럽 수출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EMA는 “산소요법이 필요 없고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성인 환자의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선택사양으로 렉키로나를 간주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두 회사의 결정적 차이는 ‘유효성 입증’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에서 사용 권고를 허가받았다.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에서 사용 권고를 허가받았다. [사진 셀트리온]

이에 비해 나파벨탄은 애초 2상 임상시험의 타깃이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아니었다. 종근당은 해열제·산소공급 등 코로나19 표준치료를 받는 환자(대조군·51명)와, 표준치료를 받으면서 나파벨탄을 10일간 투여한 환자(시험군, 53명)로 구분해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이후 이들의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했더니 대조군·시험군 모두 11일 정도 지나 임상적으로 증상이 호전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바이러스 음전 소요시간)도 시험군·대조군 모두 약 4일이었다.

결국 나파벨탄을 투여한 환자든, 투여하지 않은 환자든 증상이나 바이러스가 개선되는 시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식약처 검증자문단이 “1차 유효성 평가지표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이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국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국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종근당 “임상 3상에서 효과 입증”

실험 목적·설계에 부합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중증 환자 임상 결과만 놓고 보니 달랐다. 종근당은 호흡수·산소포화도·체온 등 7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중증인 코로나19 환자(36명) 임상 결과만 뽑아봤다. 그러자 나파벨탄을 투여한 시험군(18명·11일)이 나파벨탄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18명·14일)보다 3일 빨리 임상적으로 증상이 개선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증 환자에서는 나파벨탄이 유효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종근당 측은 이에 대해 “고위험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설계하면, (실험 대상인 환자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임상이 설계되기 때문에) 치료제 허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3상에서 나파벨탄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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