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기사 쓰자 "정보 대가 성관계"···브라질 대통령 막말 배상

중앙일보

입력 2021.03.28 16:22

업데이트 2021.03.28 16:40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여성 기자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해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여성 기자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해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여성 기자를 성희롱해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극우 대통령’으로 불리며 각종 막말을 쏟아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역대 최악의 정치인이라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 외신은 AFP통신을 인용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유력 일간지 폴랴 상파울루(Folha De S. Paulo)의 캄포스 멜로 기자에게 2만 헤알(약 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상파울루 법원의 판결을 보도했다. 법원은 “보우소나루가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해 도덕적으로 큰 피해를 보게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이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항소할 수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오른쪽)은 폭언과 코로나19 방역 실패 등으로 '브라질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AF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오른쪽)은 폭언과 코로나19 방역 실패 등으로 '브라질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AFP=연합뉴스

성희롱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멜로 기자는 지난 2018년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에 보우소나루 당시 후보가 SNS 여론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브라질 일부 기업이 메신저 앱 ‘왓츠앱(WhatsApp)’을 이용해 보우소나루에게 유리한 캠페인을 펼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멜로 기자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빼내기 위해 취재원에게 성행위를 제공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멜로 기자는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들을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 에두아르도 하원의원도 법적 책임을 물게 됐다. AFP에 따르면, 에두아르도 의원 역시 “멜로가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취재원을 성적으로 유혹하려 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지난 1월 5600달러(약 633만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에두아르도 하원의원 역시 아버지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가 5600달러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에두아르도 하원의원 역시 아버지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가 5600달러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극우 성향으로 한때 ‘브라질 트럼프’란 별명을 얻기도 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과 각을 세워왔다. CNN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엔 가족의 불법 금융 거래 의혹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당신 입을 주먹으로 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는 그의 장남인 플라비우 상원의원과 오래 알고 지냈던 한 전직 보좌관이, 보우소나루의 부인 계좌로 돈을 입금한 정황에 대해 질문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자신에게 민감한 질문에 막말로 대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AFP가 보도한 브라질 언론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가 2019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고 이 중 40%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관련 있다고 한다.

최근 그는 정치적 궁지에 몰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브라질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최악의 국가 중 하나로 꼽히면서다. 28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은 누적 확진자 수 1249만여 명으로 미국에 이어 확진자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누적 사망 인원도 31만명이 넘었다. 특히 최근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가 남미 일대로 번지면서,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벽보에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사진에 누군가 빨간 페인트를 부은 모습. 브라질은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AFP=연합뉴스

벽보에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사진에 누군가 빨간 페인트를 부은 모습. 브라질은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AF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견된 뒤 줄곧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확산 초 “가벼운 감기 같은 것”이라며 방역을 거부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따르려는 보건장관을 해임했다. 이어 임명된 후임 보건장관도 그와 코로나19 정책을 두고 충돌하다가 한 달 만에 사임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던 지난해 5월엔 제트스키를 타고 바비큐 파티를 열겠다고 해 질타를 받았다. “운동 경력을 생각할 때 바이러스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던 그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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