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적군과 교전하다가 전사한 특전용사를 군이 홈페이지에 ‘전사’가 아닌 ‘순직’으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육군 특수전사령부로부터 28일 제출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사령부는 홈페이지에 고 이병희 상사의 전사 경위를 소개하면서 ‘전사 경위’가 아닌 ‘순직 경위’로 표기했다.
순직으로 표기한 이유를 묻자 특수전사령부는 “단순 오기(誤記)”라며 “동일 자료의 약력에는 ‘전사’로 표기돼 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전사 경위’를 ‘순직 경위’로 오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실 지적에) 이 사실을 확인하고 정정 조치(16일)했다”며 “향후 용어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잘못 표기한 기간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해당 자료 제작을 완료한 2015년 12월 18일부터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1996년 북한 인민무력성 정찰국 소속 상어급 잠수함이 동해안 일대에 침투해 전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사건이다. 그해 9월 18일 한 택시기사가 해상에 좌초한 북 잠수함을 발견해 49일간 군의 대대적 소탕 작전이 벌어졌고, 공비 24명이 사살되거나 자폭, 1명 생포, 1명은 실종 처리 됐다. 우리 군도 12명이 전사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민간인도 4명 사망했다.
고 이병희 상사는 잠수함 발견 3일 만에 강릉 칠성산(1996년 9월 21일)에서 수색 작전을 벌이다 공비의 기습 사격을 받고 응사했지만 피격당해 전사했다.
전사와 순직은 엄연히 다르다. 국방부는 “국방부가 정의하는 순직, 전사는 무엇이냐‘는 전 의원실 질문에 “전사자는 적과의 교전, 또는 적의 행위로 사망한 사람이나 무장폭동, 반란 등 행위로 사망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순직자에 대해선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사람이나 직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이라고 답했다. 이병희 상사는 무장공비와 교전 중 사망했기 때문에 순직자가 아닌 전사자다.
전주혜 의원은 이날 “북한에선 강릉 무장공비들을 ‘영웅, 용사’라고 칭하며 대대적인 추모를 하는데, 외려 우리 군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이들을 순직자로 표기하고 ‘단순 오기’라고 해명한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호국영령과 유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보훈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강릉 무장공비들을 6.25 전쟁 북한군 전사자와 동급 대우하고, 대대적 추모행사를 여는 등 영웅 대접을 하고 있다.
2017년 3월 북한 조선중앙TV에 방영된 ‘위대한 동지 제5부: 당을 받드는 길에 인생의 영광이 있다’는 제목의 기록영화에선 강릉 무장공비 내용을 약 8분여에 걸쳐 다루기도 했다. 이 기록영화는 무장공비들을 “강릉의 자폭 용사”라고 치켜세우며 “용감히 싸우다 희생된 25명의 전사의 영웅적 위훈이 오늘도 빛을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그들의 희생 20돌(2016년)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을 평양에 불러 추모행사를 진행하도록, 대해 같은 은정을 베풀었다”고 언급했다.
전사자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 11주기 ‘서해수호의 날’ 행사(26일)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야당 정치인의 참석 요청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국가 보훈처에서 국회 정무위, 국방위 소속 위원들에게 행사 초대장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지만, 야당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추모 행사 초대를 무성의하게 카톡 메시지로 하는 건 처음 본다”고 반발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