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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5000만원으로 15평짜리 집지을 수 있다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85)  

『내 마음을 담은 집』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1만5500원

내 마음을 담은 집.

내 마음을 담은 집.

‘5000만원으로 지을 수 있는 15평짜리 집’.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아무리 싸구려로 대충 짓는다 한들 이게 가당키나 한가 싶었다. 이 일을 계획한 이는 은퇴한 간호사, 이 일을 가능하다고 한 묘수의 주인공은 여기저기 농가주택을 지어왔다는 ‘서 사장님’이다. 그가 말한 묘수는 간단하다. 그저 공구리(콘크리트)를 치고 경사 지붕을 올린 뒤 외벽에 벽돌을 ‘이~뿌게’ 쌓으면 된다고.

현재 9510세대의 헬리오시티로 거듭난, 사업비만 조 단위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는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총괄 계획한 건축가가 5000만 원짜리 15평의 집 짓기에 빠졌다.

자발적으로 충주로 내려가 집터를 살핀 뒤 머리로는 이미 이 일을 시작해버렸다. 설계도면을 재능기부한 데 이어 자발적으로 작업팀을 꾸려 건축주를 도왔다. 예산에 맞춘 효율을 강조한 집이지만 건축주가 포기할 수 없는 건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이다. 결로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며 이를 포기하게끔 유도하려 했지만, 완강한 건축주는 결로가 문제인 이유가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 때문이라면 그저 닦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바닥 닦는 게 귀찮아 하늘을 포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적절한 예산에 적절한 시공으로 적절히 완성될 뻔한 집은 그렇게 ‘문추헌’으로 탄생했다. 건축주의 이름과 가을을 담은 당호다.

『내 마음을 담은 집』은 건축가인 저자가 설계한 작은 집 3채의 건축 과정을 소개했다. 설계한 집이 구조물로 완전할 수 없고, 시공 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집의 가치는 그런 기능적인 조건을 다 넘고 결국 마음을 담아내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이의 꿈과 희망이 새 아파트인 시대를 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꼭, 한 번쯤은 내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은 유효하다. 철 지난 낭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낭만을 잃고 싶지 않다. 남의 꿈인지 내 꿈인지도 모를 갖지 못한 아파트를 향한 욕망 때문에 힘겨운 이들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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