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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신형 아이오닉5…전기차에 '사이버 펑크' 왜나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 현대자동차]

“파격적이지 않은 사이버 펑크.”(일렉트렉)
“사이버 펑크 하면서 실제 양산 차.”(모터트렌드)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가 베일을 벗자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과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이렇게 품평했다.

아이오닉5가 최신 전기차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이버 펑크’라는 평가는 다소 생소하다는 것이다. 정연우 UNIST 교수(디자인학)는 “두줄로 이어진 양쪽 램프, 플로팅(물이 흐르는 듯한) 루프, 금속 질감 등 지금까지 나온 전기차 중에선 가장 ‘사이버틱하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펑크란 가상 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 가상공간)’와 반문화를 뜻하는 ‘펑크(Punk)’의 합성어다. 1960년대 ‘펑크 록’에서 기원한 사이버 펑크는 ‘첨단 기술과 반체제적 대중문화의 결합’을 뜻한다. 또 첨단 정보통신(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세대가 랜선을 통해 그런 소비를 즐기는 행태를 일컫기도 한다.

테슬라의 전기 픽업 차량인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테슬라의 전기 픽업 차량인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의 모델 S·3·X·Y, 특히 내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사이버 트럭이 가장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사이버 트럭은 테슬라가 기존 레거시(전통) 완성차업체를 조롱하는 듯한 디자인으로 마치 ‘우리는 이 정도까지 갔다, 너희 이제 어쩔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스타리아 외관.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스타리아 외관. [사진 현대자동차]

이달 출시한 미니밴 스타리아는 엔진으로 구동하는 차이면서도 이런 컨셉트를 담았다. 현대차는 내·외관 모두 “우주선을 닮은 차”라고 내세웠다. 모터트렌드는 “몇달 전 포르셰가 콘셉트 카로 공개한 ‘비전 레이스 서비스’보다 흥미롭다”고 평했다. 이 콘셉트 카 역시 ‘우주선’을 표방했다. 그러나 포르셰는 비전 레이스 서비스가 컨셉트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전기차, 아날로그에 디지털 감성  

포르셰 '비전 레이스 서비스' 미니밴 콘셉트카. 폴크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 T1과 닮았다. [사진 모터트렌드 캡처]

포르셰 '비전 레이스 서비스' 미니밴 콘셉트카. 폴크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 T1과 닮았다. [사진 모터트렌드 캡처]

전기차 시대를 맞아 사이버·펑크·우주선(Spaceship)을 표방한 디자인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과 미래형을 지향하는 만큼 기존의 실용성·에어로다이내믹(공기역학)을 넘어선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전기차 시대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차 디자인은 아날로그에 디지털 감성을 입히려는 시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예전 포니 디자인에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가미한 아이오닉5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고 ‘뉴트로(New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에 가깝다.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가 출시할 픽업트럭.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가 출시할 픽업트럭. [로이터=연합뉴스]

죽스·카누·어라이벌 등 최근 전기차 스타트업이 선보이는 ‘박스카(네모난 형태의 차)’도 20여년 전 일본에서 등장해서 한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이다. 닛산의 큐브와 도요타의 사이언 등이다.

2005년형 도요타 사이언. [사진 도요타]

2005년형 도요타 사이언. [사진 도요타]

1980년대에 태어나 21세기에 성인이 된 Y 세대는 멋 부리지 않는 차, 실용성을 앞세운 박스카에 열광했다. Y 세대는 ‘힙스터(Hipster) 족’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주류와는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과 패션을 따랐다. 21세기에 등장한 힙스터 족도 앞서 1940년대에 유행한 힙스터(흑인 재즈에 열광하면서 그들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던 세대)의 복고 버전이다.

2008년형 닛산 큐브. [사진 닛산]

2008년형 닛산 큐브. [사진 닛산]

정 교수는 “Y 세대에 어필한 박스카는 펑크로 시작해 하나의 장르가 된 케이스”라며 “일본 차 이후 등장한 기아의 레이·쏘울, 특히 쏘울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박스카, 미래 전기차의 전조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박스카는 기능적인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엔진·변속기를 들어내고, 배터리를 바닥에 깔게 되면서 외관만 네모난 게 아니라 차량 내부도 완전히 ‘사각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향후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차는 운전석과 운전을 위한 장치도 필요 없다. 정해진 구간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면 되기 때문에 딱히 유선형의 차체도 필요 없다.

이런 점에서 ‘사이버 펑크’ 디자인은 기능적인 면에서도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펑크는 ‘기계와 인간의 대등한 융합을 시도하는 데서 비롯된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흐름’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사람이나 화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을 수 있는 형태가 박스카라는 점에서 이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풀 플랫(완전하게 평평한) 기능을 갖춘 박스카의 등장은 다가올 전기차의 미래를 예견하는 전조”라며 “전기 자율주행 차로 가게 되면 변화의 정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차 디자인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완성차업체마다 각자의 콘셉트와 개성을 갖고 발전하는 중”이라며 “르노는 고급 마차, 볼보는 휴식 공간, 도요타는 1인 비즈니스 공간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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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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