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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문자 그대로 적용?”…목사가 동성애자 축복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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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인정합니까”

이 질문에 ‘그렇다’는 뜻을 밝힌 이동환 목사(40·수원영광제일교회)는 지난해 10월 교회재판(1심)에 불려가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초대를 받고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올렸는데, 일부 교인들은 그의 기도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감리교회법 제3조8항)’에 해당한다며 그를 고발한 것이다.

판결이 나온 지 약 5개월 만인 26일, 2심 재판이 열렸다. 하지만 재판은 시작도 못 하고 30분 만에 끝났다. 2심 재판장이 스스로 재판을 회피해서다. 이 목사에 따르면 2심 재판장은 지난 2019년 당시 그가 ‘동성애처벌법’ 위반으로 고발당했을 때,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말지 심사한 자격심사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2심 재판장이 누군지) 미리 알았으면 (재판에) 안 왔을 텐데…”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왜 교회 안에서 좀처럼 안 끝날 긴 싸움을 계속할까.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9일 이동환 목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PD

지난 19일 이동환 목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PD

당시 퀴어축제에 간 이유는 뭔가. 고민 없었나.
축제 이틀 전 ‘축복식을 진행해줄 수 있느냐’는 섭외 연락을 받았다. 감리교에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면 정직·면직·출교에 처한다’는 ‘동성애처벌법’이 일찌감치 생겼다는 걸 알았지만, 축복기도가 그 법을 어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고민했지만, 흔쾌히 결정했다.
주최 측이 본인을 섭외한 이유는. 원래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동성애처벌법’을 만들 때 교회 측에 “잘못됐다”는 말도 전하고, 활동도 했다. 축제 주최 측도 이런 상황을 알고 연락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어릴 땐 동성애를 무서워했고, 목사가 되기 전엔 반대도 했다. 그런데 목사가 된 후 성도 중 한 명이 내게 커밍아웃하면서 흔들렸다. 당시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고민이 됐다. 그때부터 성경, 의학·심리학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공부를 하며 편견이 깨졌다.
축복기도가 ‘동조·찬성’이 아니라고 본 이유는.
축복기도는 목사 일이다. (대상을) 가려서 할 수 있나. 인종·장애는 물론 성적 정체성 구분 없이 하나님의 사랑은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게 기독교 정신이고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또 어떤 사상이나 생각에 ‘동조·찬성’한다고 법으로 처벌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 법 조항이 잘못됐고 명백히 악법이다. 그리고 동성애는 그 사람의 정체성 아닌가. 정체성을 두고 찬성과 반대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건가.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간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들에게 꽃을 뿌리며 축복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간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들에게 꽃을 뿌리며 축복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본다는 뜻인가.
동성애는 선택 문제라기보다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뜻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은 그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인정해야 하는 존엄한 존재들이다. 태어난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충분한 권리가 있다.
교회 입장은 다르지 않나.
동의하긴 어렵지만, 신앙 관점에서 ‘죄인이지만 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귀의 자식이다. 쫓아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 동성애를 영적인 질병으로 보고 기도로 이런 성향을 고친다는 ‘전환치료’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생각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성경에 따르면 노예제를 옹호하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성경에 그렇게 적혀있으니 ‘옳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성경에 동성애 관련 내용이 일곱 군데 정도 있는데 마찬가지다.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 없다. 성경 구절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게 목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하는 건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목사로서, 축제에서 기도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 교회 성소수자 성도에게도 매주 축복기도를 한다. 그래서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도 있다. 1회 (퀴어문화) 축제 때 일부 교인들이 욕설하고 물리적 충돌도 벌이면서 축제를 방해했다. 나중에 그 영상을 보고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 ‘왜 사랑을 말하는 기독교인들이 저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 안에 죄책감으로 남았다. 그래서 상처받은 분들에게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죄인들과 함께하다가 돌아가셨다. 오늘날엔 그가 어디를 갈까. 해고 노동자, 장애인,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에게 갈 것이다. 목사로서 가지 말아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성소수자 축제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당시 경찰이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당시 경찰이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과정은 어땠나.
처음엔 신문도 받고 경위서도 썼다. 그때 ‘(다시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라, 정상참작을 해 주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고, 신앙양심에 비춰봤을 때 하나님이 기뻐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었고, 결국 재판에 회부됐다. 성소수자 성도들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정직 2년이면 중징계 아닌가. 계속 내부에서 싸울 건가.
거의 ‘나가라’ 라는 판결인 것 같다. 나를 지지·반대하는 분들 모두 ‘(교회를) 나가라’고 말한다. 반대하는 분들은 ‘교회를 좀먹으니 나가라’고 말한다. 지지자들은 ‘어차피 판결 결과 뻔한데 뭐하러 안에서 고생하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교회를 많이 사랑한다. 교회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신의 뜻에 잘 맞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교회를 바꾸고 싶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내가 나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 교계에도 많은 성소수자 성도·목회자·신학생들이 있다. 그들이 겪을 일을 생각하면 교회를 못 나간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 교회가 성소수자 문제를 더 많이 성찰하고 공부했으면 한다.
목사 일을 관둘 각오도 있나.
면직, 출교 판결이 나오면 관둬야 한다. 재판 결과에 달려있다. 하지만 관둘 생각은 전혀 없다. 무죄 받을 생각이다. 
그래도 쫓겨나면.
사회법으로 징계 무효소송 낼 생각이다.
사회법도 대체로 교회법 결정을 따르지 않나.
그래도 끝까지 (소송을) 해 볼 생각이다.  
판결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건.  
나보다 더 걱정되는 건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다. 근래에 마음 아픈 일이 있지 않았나. 우리 모두가 어떤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으면 한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조은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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