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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차 샀다간 세금 폭탄"···'머스크 약발' 떨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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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투자자 관심이 시들해진 걸까, 일시적 숨 고르기일까. 천정부지로 치솟던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힘을 못 쓰고 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6일 오후 6시 기준 5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중순 6만 달러 선까지 뛰더니, 이후 내림세가 이어지며 가격이 고점(6만1556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24일 트위터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24일 트위터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5만3000달러 전후 등락…고점 대비 14% 하락

비트코인 관련 호재도 주가 상승세에 불을 지피지 못했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대부로 불리는 '파파 머스크'(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효과도 줄어든 게 단적인 예다. 머스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지금부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 차량 구입 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다른 법정화폐로 환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값을 띄우는 데는 실패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인사다. 그간 수차례 비트코인 지지 발언을 쏟아내며 가격 급등을 이끌어왔다. 지난달 초 자신을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밝힌 뒤 비트코인을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 사들였고, "비트코인 보유는 현금보다 덜 멍청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언급할 때마다 가격이 치솟았다. 지난달 19일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머스크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를 사는 게 소비자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25일(현지시간)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사면 현금 결제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미국 국세청(IRS)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가 아닌 주식 같은 투자 자산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차를 사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같은 4만 달러짜리 테슬라를 비트코인으로 산다 해도 비트코인 구매 시점에 따라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 보유 기간이 1년 이하면 시세 차익은 단기 차익으로 분류돼 총소득에 따라 10~37%의 보통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보유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최고 20%의 양도세가 더 붙게 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의 게릿 왓슨 선임 분석가는 "암호화폐 구매 시점이 중요하다, 그것에 따라 세율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틀대는 비트코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비틀대는 비트코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신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사면 자칫 세금 폭탄"

미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시장에 풀릴 1조9000억 달러(약 2150조원)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가격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부양책으로 공급된 자금이 가상통화 시장이 아닌 실물경제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비관론도 가격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독점하기 원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결국 불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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