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세계여행] 쓰나미 재앙 온몸에 새기고 선 일본 해안의 ‘외돌개’

중앙일보

입력 2021.03.27 06:59

업데이트 2021.03.27 07:52

일본 미야기현 오레이시 

3월 20일 일본 미야기(宮城)현에 또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다행히 별 피해가 없었지만, 일본 도호쿠(東北) 주민은 다시 공포에 떨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도호쿠 일대는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입니다. 지진은 바다에서 일어났지만, 10m가 넘는 파도가 마을을 덮쳤습니다. 그 파도가 1만8455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쓰나미(津波)의 뜻을 아시는지요. 포구에 밀려온 큰 파도입니다. 바다로부터 오는 재앙이 이름에 매겨져 있습니다.

사진은 미야기현 게센누마시 산리쿠 부흥국립공원의 명승지 오레이시(折石)입니다. 바다에 홀로 선 모습이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의 외돌개를 닮았습니다. 이 16m 높이의 선돌이 쓰나미가 남긴 흉터를 100년 넘게 새긴 채 있습니다. 1896년 발생한 쓰나미에 바위 꼭대기가 잘려나갔다고 합니다. 오레이시는 ‘잘린 바위’란 뜻입니다.

게센누마에는 저주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37년에 한 번씩 바다가 일어난다는 전설입니다. 2011년 쓰나미도 37년 주기를 따랐다고 합니다. 이 해안 마을을 잇는 올레길(미야기올레 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을 걷다 참 많은 신당을 지났습니다. 재앙을 숙명으로 삼고 사는 인간에게 의지할 대상은 신밖에 없겠지요. 살다 보면 기도만 한 힘도 없습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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