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북 긴장 고조 땐 상응 대응” 문 대통령 “대화 노력”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27 00:28

업데이트 2021.03.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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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01면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사자 유족과 정치권·정부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사자 유족과 정치권·정부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년 만에 재개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또다시 ‘대화’를 강조했다. 천안함 피격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소행’이란 표현은 꺼내지 않았다.

바이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서 경고
북 탄도미사일 도발에 안보리 소집
“비핵화 전제, 외교에 나설 준비도”

문 대통령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
천안함 폭침 북 소행 언급 안 해
야당 “북한 바라기 정권” 비난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전날 북한이 탄도미사일 두 발을 시험 발사한 데 대해 “그 미사일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거리 미사일 시험은 크게 문제 삼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겼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도 26일 미국의 요청으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북제재위원회를 즉각 소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또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다만 그 최종 결과는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밝혔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북핵 위기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상위 외교 정책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Yes)”고 짧게 답했다.

조 바이든

조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지 12시간쯤 뒤인 26일 오후 문 대통령은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후 하루가 지나서 나온 문 대통령의 첫 육성 메시지였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23일)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순국한 장병 55인을 기리는 날이다. 이런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이 되는 ‘탄도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도발’임을 강조하지도 않은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현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대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에 충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압도적인 힘’을 강조했다. 해군에 대해서도 “3000t급 잠수함 사업을 2024년 마무리하고 더욱 발전된 잠수함 사업을 통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력한 수중 전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강한 국방력과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도발도 물리칠 수 있는 확고한 안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걸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보강 전력의 구체적인 명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북한을 의식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참석했던 지난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는 아예 ‘북한’이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난 천안함 폭침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불의의 피격” 등의 표현으로 북한의 소행임을 적시한 반면 천안함과 관련해서는 “2023년 서해를 누빌 신형 호위함의 이름을 천안함으로 결정했다. 천안함 역시 영웅들과 생존 장병들의 투혼을 담아 찬란하게 부활할 것”이라고만 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그렇게 대화를 강조하는데 도대체 그동안 무슨 대화가 있었느냐”며 “북한 눈치만 보는 북한 바라기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세계 각국이 비판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대화만 강조할 뿐”이라며 “말로만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시인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강태화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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