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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클라우드…사생활은 숨을 곳이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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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20면

기술의 시대

기술의 시대

기술의 시대
브래드 스미스,
캐럴 앤 브라운 지음
이지연 옮김
한빛비즈

새 기술이 새로운 불안 불러 #인권·민주주의 침해 가능성 #MS 회장, 혁신 부작용 분석 #“기술 관리 노력 속도 내야”

‘미국 국가안보국 프리즘 프로그램, 애플과 구글 등의 사용자 데이터 들여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2013년 6월 7일 자 기사 제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 등 9개 IT 기업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고객 데이터 유출에 연루됐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민주사회가 200년 이상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이념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폭로다. MS와 구글은 곧바로 미국 정부를 고소했다. MS는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데이터에 강력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IT 업계는 미국 정부의 감시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결국 IT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데이터 수집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MS 현직 회장 브래드 스미스가 쓴 『기술의 시대』는 이 사례처럼 MS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된 과도한 정보감시, 해킹 전쟁과 사이버 보안,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에 처한 민주주의, 소셜미디어의 그림자, AI가 미치는 부정적 측면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1993년 MS 법무팀에 합류한 후 90년대 말 미국 정부가 이 회사를 상대로 벌인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 등에 참여한 풍부한 실전 경험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IT 기업의 조종석에서 바라본 다양한 이슈들을 점검해 현장감과 설득력이 넘친다. 스미스 회장의 책 서문은 MS 공동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서문을 써 더 주목을 받았다. 게이츠는 “오늘날 IT 업계에서 논의가 가장 시급한 문제들에 관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기술 발전에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따른다. 베이징 지하철 천장에 매달린 감시 카메라 밑을 지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기술 발전에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따른다. 베이징 지하철 천장에 매달린 감시 카메라 밑을 지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AI 안면인식 기술은 언제라도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어느 정부가 평화로운 집회에 참석한 모든 개인을 이 기술로 식별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후속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유례없는 규모의 집단 감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 스미스 회장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정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기술의 시대는 새로운 불안을 야기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과 2018년 미국 중간선거, 2017년 프랑스 대선 등 전 세계의 많은 선거에 러시아 등 다른 나라가 정치인들의 e메일 해킹 등을 통해 개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2차 대전 이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중심축이 됐던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공화당의 경우 이간질이 먹혀 ‘미국인들은 당적을 초월하여 미국의 지도자들을 지지하고 그 지도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맹들을 결집한다’는 신사협정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미스는 “서로의 차이는 잠시 접어 두고 이런 종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자유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도 중요해졌다. 세상을 더 열리고 더 연결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만든 온라인 플랫폼인 페이스북 등 SNS의 등장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SNS에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더 잘 휘둘리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사회의 유대가 더욱 좁아지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기본적 인권의 침해 가능성 또한 중대한 문제다. 모든 사람의 개인 정보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면 광범위한 감시를 지향하는 권위주의 정권은 사람들의 통신 내용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보고 읽는 것까지 모니터링하라는 무시무시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정보로 무장한 정부는 그들의 위협이라고 판단하는 개인들을 기소하고 핍박하고 심지어 처형할 수도 있다.

스미스 회장은 이 밖에도 기술 발전이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편의에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해박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곁들여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기술 혁신이 느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 스미스 회장의 결론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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