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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스페인 식당 운영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29호 21면

쓰고 달콤한 직업

쓰고 달콤한 직업

쓰고 달콤한 직업
천운영 지음
마음산책

소설가 천운영은 반려견을 키웠다. 며칠 곡기를 끊고 잠만 자던 노견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사료에 비벼준 계란프라이를 맛있게 먹었다. 저자의 손가락에 묻은 노른자까지 싹싹 핥았다. 외출 후 돌아오니 반려견은 엉덩이를 격하게 흔들며 주인을 반긴 후 숨을 거뒀다. 작가는 사무치게 고마웠다. 기를 쓰고 버텨 죽음에 임박해서도 그리 맛있게 먹어줬구나. 마지막 가는 길에 밥이라도 먹일 수 있게 해줬구나. 그리고 결심했다. 식당을 차려야겠다고, 밥을 먹여야겠다고.

저자는 스페인에서 요리를 배웠고 서울 연남동에 스페인 가정식 식당 ‘돈키호테의 식탁’을 2년간 직접 운영하고 첫 에세이를 썼다. 음식과 사람들, 삶의 애환을 소설가의 입담으로 풀어놓는다.

저자는 식당 문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어떤 문’이라고 했다. 『바늘』, 『명랑』,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의 소설에서 삶을 예리하게 해부한 그가 식당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떤 소설을 요리할지 기대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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