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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밥·몸국·본삼겹·굴보쌈…군침 도는 전통의 맛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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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26면

‘에센스 오브 아시아’에 뽑힌 한국 식당 4곳

지난 25일 ‘2021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이 발표됐다. 올해의 1위는 지역 재료를 사용해 광둥식 요리를 만드는 홍콩의 ‘더 체어맨’이 차지했다. 50위 안에 든 한국 레스토랑은 4개다. 10위 ‘밍글스(강민구 셰프)’, 34위 ‘세븐스도어(김대천 셰프)’, 36위 ‘본앤브레드(정상원 대표)’, 43위 ‘한식공간(조희숙 셰프)’이다. 51~100위 안에는 65위 ‘톡톡(김대천 셰프)’, 67위 ‘모수(안성재 셰프)’, 72위 ‘주옥(신창호 셰프)’, 86위 ‘온지음(조은희 셰프)’이 들었다.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함께 발표 #색다른 채식 ‘베이스이즈나이스’ #BTS·엑소가 인정한 ‘금돼지식당’ #제주 향토 한상 차림 ‘낭푼밥상’ #소박한 한식 즉석 요리 ‘미로식당’

올해로 9회째인 이 행사는 아시아 지역의 음식문화 발전을 위해 시작됐다. 요리 전문잡지 ‘더 레스토랑’ 등을 출간하는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가 주최하고,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파나가 후원한다. 아시아 국가를 6개 지역으로 나누고 지역별로 셰프·음식 칼럼니스트·미식가 등으로 구성된 53명이 자국 레스토랑 5개, 타국 레스토랑 2개를 추천한다. 총 318명의 투표 결과를 집계해 50위까지 선정한다. 한국은 중국과 한 지역을 이루고 있으며 최정윤(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셰프)씨가 부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에센스 오브 아시아(Essence of Asia)’ 부문이 신설돼 77개의 레스토랑이 선정됐다. 아시아 전역에서 전통의 맛을 보존하고 지켜온 캐주얼 식당들을 대상으로 순위 없이 뽑았다. 한국 레스토랑은 ‘베이스이즈나이스(baseisnice·서울 마포구 도화동)’, ‘금돼지식당(서울 중구 신당동)’, ‘미로식당(서울 마포구 창전동)’, ‘낭푼밥상(제주시 연동)’이 포함됐다.

‘베이스이즈나이스’ 팝업 메뉴. 톳과 귤피를 넣고 지은 밥에 고구마 칩과 구운 미니 양배추를 올렸다. [중앙포토, 각 식당]

‘베이스이즈나이스’ 팝업 메뉴. 톳과 귤피를 넣고 지은 밥에 고구마 칩과 구운 미니 양배추를 올렸다. [중앙포토, 각 식당]

‘베이스이즈나이스’는 채식 식당이다. 2011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오픈한 카페 베네 해외 1호점의 디렉터를 맡았던 장진아 대표가 미국에서 한식 사업을 벌이다 2019년 귀국해 오픈했다. 그는 “외국에 살면서 한국 채소가 가진 수분·당분·질감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요리를 전공한 셰프는 아니지만 하루 한 끼만이라도 채소를 주인공으로 한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마트에서 구입한 익숙한 채소들을 색다른 방법으로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발효버터 우엉구이 밥’은 사과처럼 아삭한 식감의 우엉으로 밥을 짓고, 발효 버터와 졸인 무화과로 고소함과 단맛을 더한 메뉴다. 이 밖에 ‘바삭 청무와 옥수수 밥’ ‘케일 퓌레의 두부콩피 밥’ 등의 메뉴가 준비되며 밥과 국, 오늘의 채소 요리 3~4가지가 한 쟁반에 차려진다. 지난해 발표된 ‘2020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빕 구르망(가성비 좋은 맛집)에 선정됐다.

‘금돼지식당’의 본삼겹구이. [중앙포토, 각 식당]

‘금돼지식당’의 본삼겹구이. [중앙포토, 각 식당]

2016년 문을 연 ‘금돼지식당’ 역시 여러 차례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곳이다.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덜하지만, 오픈 초부터 ‘줄 서는 집’으로 유명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아이돌 그룹 BTS, 엑소 멤버들이 인정하는 맛집으로 소문나면서부터다. 일단 돼지고기가 다르다. 육질 좋은 버크셔와 새끼 잘 낳는 요크셔를 교배한 다비퀸 골드에 마블링이 뛰어난 듀록을 교배시킨 삼원교잡종 YBD를 따로 공급받아 쓴다. 이 돼지 품종은 지방의 풍미가 색다르고, 육즙이 풍부하며, 식감은 쫄깃하면서도 느끼함은 적다. 대표 메뉴인 ‘본삼겹’은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14~15일 간 저온숙성한 후 갈비뼈가 붙은 상태로 낸다. 고기를 구울 때 연탄을 쓰는 것도 이 집만의 노하우다. “쇠고기는 숯불에, 돼지고기는 연탄불에 구워야 더 맛있다”는 게 박수경 대표의 지론이다. 연탄 특유의 매캐한 냄새를 일으키는 황화수소를 뺀, 특허받은 연탄만 사용한다. 육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타이밍을 위해 테이블마다 직원들이 배치돼 직접 구워준다.

‘낭푼식당’의 가문잔치밥상. 몸국, 잡채, 회무침, 괴깃반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포토, 각 식당]

‘낭푼식당’의 가문잔치밥상. 몸국, 잡채, 회무침, 괴깃반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포토, 각 식당]

‘낭푼밥상’은 제주 유일의 향토음식 명인 김지순씨와 아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이 함께 꾸려가는 곳이다. ‘낭푼’은 양은으로 만든 그릇 양푼을 뜻하는 제주어다. 양 원장은 “옛날 방식 그대로 제주 식재료만 사용해 향토음식의 뿌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번 에센스 선정 소식을 듣고 내가 틀린 길을 가는 건 아니구나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대표 메뉴는 70년대에 먹던 ‘가문잔치밥상’이다. 결혼식 등 잔치 때 돼지 한 마리를 잡아 3일간 손님을 대접하며 차려냈던 한상 차림이다. 밥과 몸국·회무침·잡채·괴깃반이 나온다. 괴깃반은 한 사람 몫으로 돼지고기 서너 점과 마른 두부·순대 한 조각씩을 올린 접시다. 돼지고기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은 물에 털어 양념을 빼고 잘게 다진 신 김치로 간을 한다. 양 원장은 “제주 음식이 한식이면서도 변방의 음식이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로식당’의 양념목살구이. [중앙포토, 각 식당]

‘미로식당’의 양념목살구이. [중앙포토, 각 식당]

‘미로식당’은 한식과 우리 술을 파는 주점이다. 와인은 없고, 맥주도 한국 브랜드만 취급한다. 소주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 종류만 판다. 안줏거리로는 굴보쌈, 미로소갈비찜, 한우육회, 양념목살구이 등 13~15가지가 준비된다. 박승재 오너셰프가 스페인 화가 후안 미로를 좋아해서 지었다는 상호명은 한자로 맛 미(味), 밥그릇 로(盧)를 쓴다. 산울림소극장부터 와우산 자락을 따라 오르면 족히 15분은 걸어야 할 만큼 찾기도 힘들고 테이블도 5개인 소박한 식당이지만, 모든 요리를 주문과 동시에 조리해 만드는 정성 때문에 단골이 많다.

한중 지역 부의장인 최정윤 셰프는 “중국이 김치를 자기네 거라고 하고, 불고기를 일본의 야키니쿠로 알고 있는 외국인이 많은 게 너무 아쉽다”며 “이번 기회에 국내 소비자들도 우리 전통 음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외식업계 종사자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셰프 초이스’ 수상한 강민구 “한식 팬덤 두꺼워졌으면”

강민구 셰프

강민구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사진)가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개별 수상 부문에서 ‘이네딧 담 셰프 초이스’를 수상했다. 스페인 맥주 브랜드 이네딧 담이 후원하는 이 상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선정된 셰프들의 직접 투표로 수상자를 뽑는다. 경쟁자이자 동료인 셰프들에게 영감을 주고, 아시안 푸드의 국제적 인식을 높이는 데 공헌하는 한편, 셰프로서의 가치와 자긍심을 높인 셰프를, 아시아 최고의 셰프들이 직접 뽑는 상이다.

강 셰프는 “셰프들의 삶이 꽤 고단하다. 업무강도도 세고, 무엇보다 매번 손님들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짐을 안고 살아간다”며 “동병상련을 겪는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에너지를 얻게 돼서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4년 모던 한식당 ‘밍글스’를 오픈한 강 셰프는 2016년 처음으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15위로 이름을 올린 후, 6년 내내 50위 권 안에 선정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계단 오른 10위로 꼽혔다. 지난해 7월에는 홍콩에 레스토랑 ‘한식구(Hansik Goo)’를 열고 한식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외국여행을 못가는 건 아쉽지만 여행·레저로 몰렸던 관심이 국내 미식 투어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셰프로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며 “이 기회에 한식 팬덤이 두꺼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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