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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가 뽑은 아태 톱 연구기관 20개에 中 15곳, 韓은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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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네이처가 선정한 분야별 아시아 최고 연구기관에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분야 1위를 싹쓸이한 중국과학원(CAS) 본관. [중국과학원 캡쳐]

네이처가 선정한 분야별 아시아 최고 연구기관에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분야 1위를 싹쓸이한 중국과학원(CAS) 본관. [중국과학원 캡쳐]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평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초과학 연구성과에서 한국이 중국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시아 최상위 연구 성과를 기록한 연구소·대학은 대부분 중국 기관이었다. 이런 추세는 향후 더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 기초과학 연구 성과, 중국에 크게 뒤져 

네이처 선정 국가별 200대 아시아 연구기관. 그래픽 김영희 기자

네이처 선정 국가별 200대 아시아 연구기관. 그래픽 김영희 기자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25일(현지시각) 발표한 '네이처 인덱스 2021 아시아퍼시픽'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가장 연구 성과가 뛰어난 200개 기관을 선정한 결과, 59%인 118개가 중국 기관이었다.  전 세계 82개 최상위권 학술지가 게재한 기초과학 논문을 기반으로 지난해 아시아 국가의 연구 성과를 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200개 중 7.5%인 15개 기관을 차지해 일본(26개·13%)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3번째였다. 인도(14개)·호주(13개)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여기서도 10%에 드는 최상위 20개 기관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네이처 선정 톱 20개 아시아 연구기관 중 한국 연구기관은 단 1개도 없다. 중국이 15개로 75%, 일본이15%였는데, 싱가포르가 2곳(10%)으로 뒤쫓는 형국이다. 싱가포르는 200대 기관에 3곳이 들었는데 이 중 2개가 톱 20이었다.

네이처 선정 200대 아시아 연구기관. 그래픽 김영희 기자

네이처 선정 200대 아시아 연구기관. 그래픽 김영희 기자

한국에서 지난해 기초과학 연구실적이 가장 좋았던 곳은 서울대(22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26위)이었다. 연세대(52위)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60위)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상위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15개 국내 기관의 총 논문건수(3445건)를 죄다 합쳐도, 1위인 중국과학원 1개 기관이 게재한 논문건수(5832건)에 못 미친다. 1위인 중국과학원을 비롯해 중국과기대(2위)·베이징대(4위)·중국과학원대(5위) 등 중국 5개 연구기관이 지난해 최상위 저널에 게재한 논문 건수(1만1363건)는 1만개가 넘는다.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유전자 편집 원숭이. 유전자 편집으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안고 태어난 원숭이를 복제해 5마리의 원숭이를 탄생시켰다. 중국과학원은 네이처가 선정한 생명과학 분야 기초과학 연구 성과에서 아시아 1위 기관으로 꼽혔다. [EPA]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유전자 편집 원숭이. 유전자 편집으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안고 태어난 원숭이를 복제해 5마리의 원숭이를 탄생시켰다. 중국과학원은 네이처가 선정한 생명과학 분야 기초과학 연구 성과에서 아시아 1위 기관으로 꼽혔다. [EPA]

분야별로 봐도 중국의 연구 성과가 도드라진다. 네이처는 이번 평가에서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환경과학 등 4개 분야로 구분해 평가했다. 중국과학원은 이 4개 분야에서 1위를 독식했다. 도쿄대가 물리·생명과학 분야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을 뿐, 분야별 최상위권 대학도 대부분 중국 소재 연구기관이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보유한 중국과학원은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코로나19의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 위치한 생명과학 연구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분야별 평가에서 10위 안에 들어간 한국 연구기관은 1개다. 물리 분야에서 KAIST가 9위를 차지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서울대가 16위를 차지하며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구환경과학 분야는 한국이 가장 취약한 연구 분야였다. 서울대(24위)를 제외하면 아시아 100대 연구기관에 이름을 올린 한국 연구기관은 없다.

네이처 선정 분야별 아시아 최고 연구기관. 그래픽 박경민 기자

네이처 선정 분야별 아시아 최고 연구기관. 그래픽 박경민 기자

아시아 톱 20개 연구기관 중 한국 ‘0개’ 

네이처 선정 떠오르는 200대 아시아 연구기관. 그래픽 박경민 기자

네이처 선정 떠오르는 200대 아시아 연구기관. 그래픽 박경민 기자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향후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이다. 네이처가 별도로 200대 아시아 '유망' 연구기관을 선정한 결과, 1위~29위를 전부 중국 연구기관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망 연구기관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상위 기초과학 저널에 게재한 논문의 인용 비율이 높아질수록 상위권에 위치한다. 한국 연구 기관 중 이름을 올린 곳은 기초과학연구원(IBS·90위)과 UNIST(91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143위)뿐이다.

2019년 연구실적과 비교하면 지난해 한국 주요 연구기관의 최상위 저널 연구실적은 대부분 하락했다. 포스텍(-32.1%)과 성균관대(-16.7%)의 톱 저널 실적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에 비해 IBS(26.7%)와 UNIST(26.2%)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가 늘었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중국이 2008년부터 진행한 해외 우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면서 한국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한국도 해외에서 졸업하고 직장을 찾고 있는 우수한 박사후연구원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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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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