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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소년병에게 군복 대신 운동복을, 한세드림의 꿈

중앙일보

입력

의류제조업체 한세드림이 남수단 어린이를 돕기 위해 50억원 상당 의류 1600박스를 기증했다. 왼쪽부터 윤종선 한세드림 상무, 임흥세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황경주 한국청소년연맹 사무총장. [사진 한세드림]

의류제조업체 한세드림이 남수단 어린이를 돕기 위해 50억원 상당 의류 1600박스를 기증했다. 왼쪽부터 윤종선 한세드림 상무, 임흥세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황경주 한국청소년연맹 사무총장. [사진 한세드림]

아동ㆍ청소년 의류 제조업체 한세드림이 임흥세 남수단 올림픽위원회(SSOC) 부위원장과 손잡고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청소년 돕기에 나섰다. 소년병으로 차출되는 8~18세 어린이들이 자신이 쓰던 군복을 가져오면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으로 바꿔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론칭한다.

유ㆍ청소년 의류 50억원어치 기부 #군복 가져오면 운동화·운동복 교환 #컨테이너 3대 분량 물품 내달 출항

한세드림은 24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남수단에 보낼 아동ㆍ청소년 의류와 신발 1600박스를 컨테이너에 실은 뒤 기념 행사를 가졌다. 해당 물품은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와 한국청소년연맹을 거쳐 다음달 중으로 아프리카 최빈국 남수단으로 향한다. 현지에 물품이 도착하면 임흥세 부위원장과 남수단 정부가 전달 받아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공정하게 분배할 예정이다.

한세드림은 지난 2015년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의류를 기부해왔다. 이번엔 선행의 의미가 조금 더 특별하다. 내전으로 고통 받는 남수단의 어린이들, 그 중에서도 총을 들고 직접 전쟁터에 나서는 소년병들을 구제하기 위해 흔쾌히 통큰 기부에 나섰다.

목총을 들고 제식 훈련에 참여한 남수단 소년병들. [AP=연합뉴스]

목총을 들고 제식 훈련에 참여한 남수단 소년병들. [AP=연합뉴스]

남수단은 지난 2018년 정부군과 반군의 합의에 따라 사실상 내전이 끝났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여전히 크고 작은 규모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 8세부터 18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소년병으로 차출돼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임 부위원장은 지난달 스포츠 브랜드 낫소, NGO단체 미래희망기구와 손잡고 ‘남수단 축구공 10만개 보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남수단 소년병이 보유한 총을 가져오면 축구공 10개로 바꿔주는 행사다. 소년병의 손에서 총을 치워 전쟁의 위협에서 구해내는 한편, 축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는 일석이조 프로젝트다. 미래희망기구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참여를 받아 축구공 5만개를 기증하면, 낫소가 여기에 5만개를 추가해 총 10만개를 남수단에 보낼 예정이다.

한세드림의 통큰 기부는 임 부위원장이 구상한 ‘남수단 소년병 구하기’ 프로젝트를 의류 부문으로 확대한 형태다. 윤종선 한세드림 상무이사는 “소년병이 입던 군복을 가져오면 운동복과 운동화로 바꿔주는 프로젝트 취지를 전해 듣고 무릎을 쳤다”면서 “더 많은 소년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증품 전부를 나이키, 컨버스, 에어조던 등 인기 있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황경주 한국청소년연맹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의 불우한 어린이를 돕는 의미 있는 행사에 한국청소년연맹이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생활하는 남수단 아이들이 한국에서 온 선물로 새 희망을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류제조업체 한세드림이 아프리카 남수단 어린이를 돕기 위해 50억원 상당의 의류 1600박스를 기증했다. 기부물품을 확인하는 임흥세 남수단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한세드림]

의류제조업체 한세드림이 아프리카 남수단 어린이를 돕기 위해 50억원 상당의 의류 1600박스를 기증했다. 기부물품을 확인하는 임흥세 남수단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한세드림]

임흥세 부위원장은 “한국인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시작한 ‘소년병 구하기’ 프로젝트가 널리 알려지면서 남수단 국민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면서 “총과 군복을 내려놓고 축구공과 운동복ㆍ운동화를 받아든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감독 출신인 임 부위원장은 15년간 아프리카 10여개 국을 거치며 현지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고통과 질병을 극복하도록 돕고 있다. 2012년 아프리카 최빈국 남수단에 혈혈단신 들어가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이후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조직을 주도했다. 2016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축구협회, 대한농구협회, 대한유도회 등 국내 스포츠 단체의 지원을 받아 남수단 선수단을 리우올림픽에 파견했다. 올해는 도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파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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