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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말귀 몰라’, ‘돌겠네’…댄스수강생 조롱하는 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51) 

댄스 강사든, 요가 강사든, 여행사 가이드이든 간에 여러 사람을 인솔하거나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말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에 수강생이 상처를 받거나 그 반발로 적대감이 생겨 결국 자신에게 그 화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사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통제를 하다 보면 짜증도 나고 수강생 입장보다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귀’는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채는 총기를 뜻한다.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닌데 듣기에는 아래 사람을 하대하는 말처럼 들린다. 갑질할 때나 쓰는 말이다. 못 알아듣는 것은 말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해가 안 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여러분은 입이 여럿이고 나는 하나거든요. 기다리세요”라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말투에 따라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따로 설명하면 또 다른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니 입이 아프다. 그러니 한데 모였을 때 한꺼번에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말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수강생이 상처를 받거나 그 반발로 적대감이 생겨 결국 자신에게 화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말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수강생이 상처를 받거나 그 반발로 적대감이 생겨 결국 자신에게 화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돌아 버리겠네!”라는 표현을 쓰는 강사도 있다. 강사의 지시나 의도와 달리 다른 행동을 보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지방 사투리로는 흔하게 쓰는 말이지만, 상대방을 경멸이나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시끄러워요”도 아이에게나 하는 말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할 때는 “자, 조용히 해 주세요” 또는 “집중해주세요” 정도로 말을 바꿔야 한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라는 말도 쓰면 안 된다. ‘모른다’는 말에 숙이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자존심 상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것도 모르면서”라는 말은 더욱 경멸적인 말투다. 사실 춤은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을 알아듣게 설명해야 하는데 자기네들끼리 입에 밴 말로 하게 되면 처음 듣는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다.

같은 말이라도 단둘이 있을 때와 여러 사람이 같이 있을 때 달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적을 당하고 나면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모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부정적인 단어는 쓰면 안 된다. 부정적인 단어는 듣는 사람이 기분 나빠하고 즉각적인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 잘난 맛에 사는데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강생 중에 가정이나 사회에서 늘 대우만 받다가 댄스 배우러 왔다가 대우는커녕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게 되면 기분이 상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의사, 교사, 기업가 출신 등이 그렇다. 부부가 같이 배우러 왔는데 아내 또는 남편 앞에서 강사가 한 사람을 잘 못 한다고 깎아내리면 그 수모를 못 견뎌 한다.

특히 인텔리층은 자부심이 강하다. 이들은 좌뇌가 발달한 사람으로 친다. 반면에 예술·문화 부문에서 성공한 사람은 우뇌가 발달했다. 그런데 “좌뇌만 발달시키다 보니 우뇌는 영 아니네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양쪽 다 발달시키지 못했다면 반쪽은 ‘바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말과 함께 행동에서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동작이 틀린다고 야무지게 손으로 교정해주다 보면 통증이 생긴다. 고개 각도가 안 맞는다며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도 한다. 본인 이외에는 남이 손대지 않던 얼굴이기 때문에 더 민감하다.

또한 호칭도 중요하다. ‘선생님’이나 ‘어르신’은 일반적인 호칭이지만, 그렇게 안 받아들이는 까칠한 사람도 있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강사나 선생이지 자신은 수강생이라 헷갈린다고 괜한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다. 학교 교사 출신이 선생님이지 너도나도 아무에게나 선생님 호칭을 한다며 불만을 가진 교사 출신도 있다. ‘어르신’은 나이 든 사람을 높여 부르는 호칭인데 자신은 노인 대우를 받기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댄스계에서는 호칭으로 닉네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닉네임 뒤에 ‘님’자를 붙이면 된다.

댄스를 배우면서 사소한 말실수나 불손한 말투로 인해 기분이 상한다면 그 때문에 춤을 그만 두면서 춤 세계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댄스를 배우면서 사소한 말실수나 불손한 말투로 인해 기분이 상한다면 그 때문에 춤을 그만 두면서 춤 세계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댄스 레슨비 반환 소송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홍콩의 모니카 웡은 레슨 강사 사카니와 8년간 150억 원에 해당하는 계약을 했다. 웡여사는 홍콩의 HSBC CEO로 일하던 여자였다. 혼자 살면서 인생 말년에 댄스에나 푹 빠져 봐야겠다며 큰 금액의 계약을 한 것이다. 그만큼 댄스에 대한 열정이 깊었고 그 가치도 인정했던 것이다. 이 계약이 깨진 것은 사카니가 댄스 대회에서 웡여사에게 ‘게을러터진 암소’, ‘앞으로 계속 춤을 추면 당신 머리를 벽에 짓이겨 버릴 거야’, ‘궁둥이를 움직여!’라며 비속한 언어를 써 가며 인격적으로 모욕을 줬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어렸을 때부터 도제 방식으로 댄스를 배워 성공한 선수 출신의 강사는 직장 생활을 안 해 봤다. 그래서 사회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댄스를 배우는 사람은 댄스가 생업이 아니다. 댄스 선수가 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춤 기량을 선수 기준으로 놓고 보면서 그보다 춤 좀 못 춘다고 인격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사람을 무시하면 반발하는 것이다.

댄스 강사가 수강생보다 어린 경우가 많다. 아주 어리면 몰라도, 몇 살 차이 안 날 수 있다. 강사의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수강생 본인 손해다. 중요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는 가르쳐 주면서 빼고 지나가거나 틀리게 출 경우 남들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한다. 회식 자리에 가면 노골적으로 나이 티를 내는 수강생도 있다. 강습 중에나 ‘선생님’이지 술자리에서 무슨 선생님이냐며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정식 엘리트 코스 출신이 아니거나 하면 더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은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 줘야 한다.

어쨌든 댄스는 현업을 떠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취미로 즐기기 위해 배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댄스를 배우면서 사소한 말실수나 불손한 말투로 인해 기분이 상한다면 그 때문에 춤을 그만두면서 춤 세계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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