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원 비싸? 이미 6년째 인하중" 그가 말하는 담뱃값 진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5 17:00

'댈구'(대리구매)와 담뱃값 인상. 
올해 들어 새로 불거진 이슈다. 이들에게 엮인 공통분모는? '담배'와 '돈'이다.

[영상]올해 이슈 된 '댈구'와 '담뱃세'
'금연 전문가' 이성규 센터장 인터뷰

일부 어른들이 수수료 몇천원을 벌기 위해 청소년들의 술·담배를 대신 사줬다. 성인 신분증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청소년 판매자도 있었다. 이들의 주 무대는 SNS 같은 온라인 플랫폼. 최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추적 끝에 판매자 12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정부는 1월 말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2030년)에서 흡연율 감소를 위한 중장기적 담뱃값 인상 계획을 내놨다. 그 후 한 갑당 8000원 수준까지 올린다는 언론 보도 속에 증세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당장 인상할 계획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정세균 총리까지 나서 해명했다.

'댈구'는 얼마나 심각한 걸까. 담뱃세는 올려야 하는 걸까. 19일 국내 담배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전 국가금연지원센터장)에게 그 답을 물어봤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새로운 흡연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이 진열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새로운 흡연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이 진열된 모습. 연합뉴스

"체감 가격 점점 하락, 물가상승분+@ 올려야"

"2015년 2000원 인상 이후 현재까지 담뱃세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성규 센터장은 딱 잘라서 말했다. 담뱃값은 2015년 4500원으로 인상된 뒤 6년째 그대로다. 그런데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을 봐야 한다"고 했다. 꾸준히 오르는 물가와 비교하면 흡연자들이 체감하는 담배 가격은 내려간다는 것이다.

흡연율과 담뱃값은 반비례 관계다. 2014년 43.2%였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다음 해 담뱃값이 오르자 39.4%로 급락한 게 대표적이다. 이 센터장은 "고소득 국가는 담뱃세를 10% 인상하면 담배 소비가 4%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 정책이 약해지면 흡연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흡연율은 2015년 이후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담뱃값 인상과 담뱃세 인상은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고 했다. 담뱃값은 업체에서도 얼마든 올릴 수 있지만, 정책적으로 중요한 건 결국 담뱃세다. 그는 "2011년에도 외국 담배회사가 한 갑당 200원 먼저 올리면서 세금 인상 논의가 조용해진 적 있다. 가격 인상은 업체가 아닌 정부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인상 방식도 이와 맞닿아 있다. 물가 인상률 반영분에 담배 규제를 위한 '플러스알파(+@)'가 반드시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담배를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조세 정책을 강화 중인 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단순히 물가 연동으로 가격 올리면 담배 회사들이 매우 좋아한다. '이 나라에선 담뱃세가 갑자기 올라가는 일 없겠구나' 안심할 수 있는만큼 정책적 인상분을 더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OECD 수준은 가야, 정치적 해석 경계" 

다만 지금 당장 가격을 올리자는 건 아니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논의를 밟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까지 먼저 끌어올리자는 쪽이다. 글로벌 물가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말보로 20개비 한 갑은 OECD 평균 8.43달러(약 9500원, 23일 기준)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3만원을 내야 한 갑을 겨우 산다. 반면 한국은 36개국(룩셈부르크 제외) 중 네 번째로 싸다.

그는 증세를 위한 인상 추진, 표심을 고려한 인상 연기 모두 피해야 한다고 봤다. 대한금연학회도 1월 말 "세금을 걷기 위한 목적으로 비치는 것,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꾸준한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우리의 경제적 위상을 생각하면 지금 4500원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맞죠. 앞으로 어느 정권이 갑자기 '세금 올려' 그런 게 아니라 법에 기반을 둔 체계적 인상이 추진돼야 합니다."

SNS에 올라온 담배 '댈구'(대리구매) 홍보 글. 수수료 금액까지 명시했다. [트위터 캡처]

SNS에 올라온 담배 '댈구'(대리구매) 홍보 글. 수수료 금액까지 명시했다. [트위터 캡처]

SNS엔 실시간 '댈구' "심각한 불법"

"대리구매는 많이 들어봤는데 '댈구'라는 은어가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어른들이 나서서 담배 장사처럼 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합니다."
전문가도 처음 들었다는 '댈구'는 일상 속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판매자 적발 뉴스에 아랑곳 않고 '담배를 사주겠다', 혹은 '사달라'는 글이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쏟아진다. 담배는 물론 술, 성인용품 등도 구매 목록에 오른다. 성범죄로까지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판매자는 별생각 없이 푼돈이나 벌려 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심각한 불법 행위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보호법에선 청소년 유해 약물 등을 판매, 대여하는 걸 금지한다. 또한 담배사업법상 소매인 자격 없는 사람이 담배를 팔 수 없다"라면서 "'댈구'는 매우 큰 법들을 위반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담배와 금연의 진실

배달 앱 통해 어른인 척 담배 구매도

SNS '댈구'도 있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담배 구매가 이뤄진다고 한다. 어른인 척 집에서 술·담배 심부름을 주문해서 받는 식이다. 이 센터장은 "해외에선 자판기를 통한 편법 구매나 담배 절도가 많은 편이다. 반면 SNS가 발달한 한국에선 온라인 '댈구'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어른들의 무관심이 아이들의 흡연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 센터장도 이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법 개정과 함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

"청소년이 담배를 구매하기 얼마나 쉬운지 보여주는 '구매 용이도' 통계가 있는데, 우리는 평균 70% 나옵니다. 미국 등에선 중학생이 38%, 고등학생이 50% 정도죠. 청소년을 담배에서 보호하는 정책이 미비합니다. 외국은 담배 전문 매장을 따로 두는 곳이 많지만, 한국은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죠. 전 세계적으로 담배 구매 연령도 만 21세까지 올리려는 기류가 있지만 한국은 갈 길이 멉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영상=왕준열·이세영 PD, 최경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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