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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척에 국제유가 급등···"수에즈 운하 정상화 몇주 걸릴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현지시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된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위성사진. 폭 280m의 운하가 완전히 가로막혔다. [AP통신=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된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위성사진. 폭 280m의 운하가 완전히 가로막혔다. [AP통신=연합뉴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의 마비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폭 280m의 수에즈운하는 현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에 가로막힌 상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수로를 통과하던 에버그린호는 갑자기 통제력을 잃으면서 뱃머리와 선미가 운하 양쪽 제방에 닿은 채 좌초됐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예인선을 통해 선박을 모래톱에서 빼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썰물로 수에즈운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예인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세계 교역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에 초대형 선박이 멈춰서 운항 가로막고 있다. [CNN 화면 캡처]

23일(현지시간) 세계 교역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에 초대형 선박이 멈춰서 운항 가로막고 있다. [CNN 화면 캡처]

"물 깊어지는 '사리'와야 인양 가능"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적어도 28일 이전에는 에버기븐호의 인양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운하의 물 높이가 올라와야 선박을 띄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이탈리아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인양을 맡았던 닉 슬론은 "수에즈 운하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면서 수위가 46cm가량 높아지는 '사리'(spring tide)가 돼야 선체를 움직일 여유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가로막은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24일 모습. [EPA=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가로막은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24일 모습. [EPA=연합뉴스]

다가오는 사리는 28~29일이다. 만약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이 시기를 놓치면 사태는 몇주 간 더 지속할 수 있다. 다음 사리는 12~14일 이후에나 돌아오기 때문이다.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내려 배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주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25일 CNN에 따르면 구난 작업에 투입된 '스미트 새비지'의 모회사인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의 최고경영자는 네덜란드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현재 화물을 싣고 있는 상태에서 선박을 구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일단 (가볍게 하기 위해) 연료를 제거하고 사리 때 배를 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은 선박의 컨테이너를 제거해야 한다”며 “구난 작업이 상황에 따라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SAC는 사고 직후 현장에 예인선 8척을 투입해 선체 부양 작업을 했지만 선박 규모가 워낙 커 어려움을 겪었다.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에 너비 59m, 무게는 22만t에 달한다. 수에즈 운하에서는 2004년과 2016년, 2017년에도 선박 사고로 통행이 일시 제한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며 완전히 가로막힌 사례는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에버기븐호를 운행하는 대만 업체 에버그린은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 때문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 185척 대기…국제유가 급등

에버그린사가 운행하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모습.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2만2000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다.[EPA=연합뉴스]

에버그린사가 운행하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모습.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2만2000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다.[EPA=연합뉴스]

세계 물류 대동맥이 갑자기 막히자 당장 원유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2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는 전날 대비 배럴당 5.9%(3.42달러) 오른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BD스위스의 투자연구 책임자인 마셜 기틀러는 마켓워치에 "국제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10%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면서 걸프 해역에서 이동하는 유조선 통행의 마비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운항 재개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선박은 185척이다. 현지 관계자는 "항행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선주는 6만 달러(약 7000만원)의 손해를 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에즈 운하에서 대기 중이던 선박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려면 항해에 2주가 더 걸려 선주들의 손실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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