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경고 속에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각종 무료 상품 등 '당근'을 제공하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백신 접종을 인증하는 배지(Badge)나 스티커를 발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을 맞는 사람들에게 각종 무료 상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도넛·영화관 팝콘·요구르트·맥주 등 식음료 외에도 공짜 승차(우버 택시 이용권), 현금, 게임장에서 쓸 수 있는 쿠폰, 의료용 마리화나까지 포함된다.
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이스라엘에서도 백신 접종 후 복숭아 음료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이헝천 UCLA 경영학과 교수는 "백신을 맞았다고 무언가 특전을 주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인센티브를 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센티브가 클수록 '백신이 실제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제공에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백신을 접종했다는 걸 인증하는 스티커·배지 등이다. 접종자가 배지 등을 통해 자신은 물론 '타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란 걸 주위에 널리 알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동기' 부여가 직접적인 인센티브보다 훨씬 효과적인 데다 비용도 덜 든다는 게 다이헝천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각국은 이런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백신 접종을 받으면 '(코로나로부터) 보호받았다(Protected!)'라고 쓰인 버튼 모양의 배지를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트퍼드에 있는 야구장에서 백신을 맞는 사람들은 홈팀의 마스코트인 염소가 새겨진 인증 스티커를 받는다.
'파우치 아우치' 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색적인 인증 스티커도 등장했다. 미국 코로나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주사를 맞을 때 아파서 내지르는 소리인 '아우치'를 장난스럽게 결합한 것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