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추경 국회 통과…농어민 100만원, 전세버스 70만원

중앙일보

입력 2021.03.25 09:37

업데이트 2021.03.25 18:37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5번째다.

규모는 14조9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3차 추경(35조1000억원)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난해 2차 추경(12조2000억원) 때보다도 많다.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과 비교해 400억원가량 규모가 줄긴 했다. 국회에서 4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예산을 1조4000억원 증액한 대신 1조4400억원 규모 다른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공공 알바’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부 일자리 사업 등이 칼질 대상이 됐다. 줄어든 이자 부담(-3600억원)도 반영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추경으로 4차 긴급재난지원금 규모는 20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안 19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됐다”며 “거기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지원을 더욱 보완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각지대는 농어민, 문화ㆍ관광ㆍ체육업, 전세버스 종사자 등을 말한다. 농어민에게도 가구당 100만원씩 지원금이 나간다. 전부는 아니다. 매출이 감소한 3만2000가구에 선별 지원된다. 영세 농어가를 대상으로 30만원 바우처도 지급된다. 여ㆍ야는 농어민 전 가구 지급을 밀어붙였지만 정부 반대에 부딪혀 선별 지급으로 결론 났다.

피해가 심각한 여행ㆍ공연ㆍ전시업은 매출 감소 수준을 더 세분화(5종에서 7종)해 50만~100만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버스 기사에게도 1인당 70만원 소득안정자금이 지급된다. 대면 근로 필수 노동자 103만 명에게 4개월분 80매 방역마스크가 각각 지원된다. 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일 4만원의 감염 관리 수가가 한시 지급된다.

4차 지원금 지급 절차는 이달 말 시작될 예정이다. 여당이 속도전을 펼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달 7일 재ㆍ보궐 선거 전 지원금을 풀려는 전략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선거를 공략한 기습 증액도 이뤄졌다. 가덕도 신공항 등 건설을 위한 손실 보전 예산(3900억원)이 대표적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대규모 추경엔 대규모 부채가 뒤따른다. 늘어난 지출만큼 빚을 내 메워야 한다. 여유 예산은 바닥난 지 오래다. 수차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느라 국가 비상금(목적예비비)까지 긁어다 썼다. 이번 추경을 짤 때도 세계 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기금 여유 재원 등을 총동원했다.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뒤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뒤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래도 이번 추경으로 올해만 14조5000억원 적자(통합재정수지)를 더 내게 생겼다. 국가채무는 956조원(본예산 기준)에서 965조9000억원으로 9조9000억원 상승한다. 10조원 가까이 채무가 늘어 나랏빚 누적액은 1000조원에 근접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48.2%로 본예산 대비 0.9%포인트 올라간다.

이번 추경이 끝도 아니다. 여당 안팎에선 벌써 올해 2차 추경을 편성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막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한 전 국민 위로 지원금과 여당이 추진 중인 자영업 손실보상제 재원 마련이 목적이라서다. 당ㆍ정ㆍ청이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입법 이전 발생한 손실도 보상)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수십, 수백조 재정 누수는 막았지만, 큰돈이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

소급 적용을 안 한다고 해도 손실보상제 시행에 10조원 안팎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14조3000억원이 들었다. 전 국민 위로금과 손실보상제를 합쳐 20조원 이상의 수퍼 추경이 올해 2차로 편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가채무 및 국가채무비율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채무 및 국가채무비율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습관성 추경’이라고 비판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두 달이 멀다 하고 추경을 반복해 편성하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추경을 계속할 것일지 의문”이라며 “선거용으로 몇십, 몇백만원을 줘봤자 체감 경기에 도움은 안 된다. 오히려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5인 이상 제한 등을 완화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선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습관적으로 추경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전 추경이 충분히 집행도 안 된 상태에서 또다시 추경을 한다는 건 이전 추경의 예산 배분의 적절성과 효과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특히 4차 지원금 대상자 항목을 보면 추경을 편성할 만큼 긴급성을 요구하는 성격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부적절한 추경 편성의 문제가 앞으로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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