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만 1분에 2병 팔린다…혼술족이 만든 '소블편 와인시대'

중앙일보

입력 2021.03.25 05:00

업데이트 2021.03.25 08:10

편의점에서 한 고객이 QR리더기로 와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CU

편의점에서 한 고객이 QR리더기로 와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CU

30대 직장인 김지혜(35) 씨. 그의 요즘 취미는 와인 마시기다.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와인 구매에 사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의 ‘혼술(혼자 술을 마심)’도 늘었다. 그가 자주 찾는 와인은 1만~2만원 대 중저가 화이트 와인. 퇴근길에 한두 병씩 사다놓고 조금씩 즐기곤 한다. 가벼운 맛의 화이트 와인을 마시다보니 안주도 치즈나 스낵이면 충분하다. 와인이 필요할 때면 집 근처 편의점에서 언제든 살 수 있으니 와인셀러를 둘 필요 없다. 김 씨는 24일 “예전엔 와인 하면 비싸다는 생각에 선뜻 사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중저가 와인이 많아 편하게 한 병씩 사다 마신다"고 말했다.

와인 수입량, 지난해 1987년 이후 최대 기록

87년 이후 와인 수입 역대 최대

코로나19가 와인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우선 소비가 늘면서 와인 수입 자체가 크게 늘었다. 관세청의 와인 수입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4172t(수입액 3억3002만 달러)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와인의 수입이 자유로워진 1987년 이래 수입량이 5만t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입액도 처음으로 3억달러를 넘겼다. 수입량은 2019년보다 24.4%, 수입액은 27.3% 각각 증가했다. 단적으로 국내 1위 와인 소매업자인 이마트의 지난해 와인 매출은 1200억원, 이마트에서 와인을 산 소비자만 520만명이 넘는다.

와인 수입량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와인 수입량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화이트 와인 수입량 1만t 육박 

레드 와인 중심이었던 소비 행태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엔 화이트 와인의 수입 증가가 두드러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9640t에 달한다. 2019년(7090t)보다 36%가 늘었다. 덕분에 2016년 전체 수입 와인 중 13% 정도에 그쳤던 화이트 와인의 비중이 지난해 18%까지 커졌다. ‘소비뇽 블랑’(이하 소블)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 특히 인기다. '소블'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산도가 높고 가벼운 느낌의 맛이 나는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 그에따라 '소블' 중심의 뉴질랜드산 와인 수입은 전년보다 79%가 늘었다.

화이트 와인 수입량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화이트 와인 수입량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편의점 PB와인은 1분에 2병씩 팔려   

와인 판매점으로서 편의점의 입지도 계속 커지고 있다. 백화점이나 와인 전문점보다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이기때문이다. 편의점 업체인 CU의 지난달 와인 판매량은 전년보다 168.8%가 늘었다. 이는 지난해 CU 와인 매출 신장률(68.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 1월 말에 선보인 자체 브랜드 와인(mmm!ㆍ음!)은 출시 40일 만에 준비한 11만병이 모두 팔렸다. 1분에 2병씩 팔린 셈이다. CU는 와인을 잘 모르는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매장에 QR 리더기를 설치해 손쉽게 와인의 맛이나 관련 스토리를 알 수 있게 했다. GS25도 자체 와인 브랜드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300여종의 주류를 판매하는 ‘와인25플러스’를 개점했다. 일반 편의점보다 6배가량 더 많은 와인을 갖추고 있다.

처음부터 무조건 고가 와인만 찾기보다 저가로 시작해 중저가 와인으로 소비를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와인 매출 중 1만~4만원 대 비중이 65.7%에 달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와인 매출이 104.9%나 커진 롯데마트 역시 와인 수요가 중저가에서 중고가로 이동 중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중고가(5만~10만원) 와인 구성비를 기존 15%에서 26%로 확대했다. 와인 수입사인 아영FBC의 변원규 팀장은 "초저가 와인이 등장하면서 와인이 어렵다는 선입견은 이미 깨졌다"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소비뇽 블랑 품종 와인을 중심으로 질 좋은 1만~2만 원대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와인 소비층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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