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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방영중단 청원, 광고도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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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 중국식 요리를 먹는 장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SBS는 논란이 된 해당 장면들을 삭제하고 재정비한 뒤 방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 중국식 요리를 먹는 장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SBS는 논란이 된 해당 장면들을 삭제하고 재정비한 뒤 방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4일 SBS는 이미 방송된 1·2회차 다시보기와 재방송을 중단하고 문제 장면을 수정하기로 했다. 또 다음 주는 결방한 뒤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충녕대군, 월병 등 중국음식 대접 #실존 인물 비틀고 문화공정 빌미 #삼성전자·쌍방울·코지마 등 ‘손절’ #SBS·제작진 사과 “문제 장면 수정”

‘조선구마사’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태종(이방원) 및 세자들이 악령과 싸운다는 설정의 드라마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충녕대군(세종)이 바티칸에서 온 가톨릭 구마 사제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대접하는 장면. 조선이 배경인데 중국 음식이 등장하면서 중국의 문화공정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태종이 아버지 태조의 환시를 보고 백성을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와 역관에게 무시당하는 등의 설정에도 실존 인물을 지나치게 비틀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주이씨 종친회 측은 이런 내용을 문제 삼아 SBS 측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 중국식 요리를 먹는 장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SBS는 논란이 된 해당 장면들을 삭제하고 재정비한 뒤 방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 중국식 요리를 먹는 장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SBS는 논란이 된 해당 장면들을 삭제하고 재정비한 뒤 방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SBS]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선구마사’ 방영 중단 요청 청원이 게재돼 24일 오후 8시 현재 약 10만명이 동의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3900여 건 접수됐다. 최근 두 달간 접수된 민원이 1500여 건이었던 데 비하면 기록적이다.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23일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며 “극중 한양과 떨어진 변방의 인물들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명나라를 통해 막 조선으로 건너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 사이엔 의도적인 동북공정 드라마가 아니냐며 제목을 ‘중국구마사’로 바꾸라는 조롱까지 나왔고 이에 제작진은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해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SBS도 함께 사과문을 내고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시청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24일 밝혔다.

‘조선구마사’의 대본을 쓴 박계옥 작가는 전작인 tvN 주말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라고 표현하고 신정왕후를 미신에 빠진 인물로 묘사하면서다. 풍양조씨 종친회가 항의하자 제작진은 급히 극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안동김씨와 풍양조씨 집안을 각각 안송김씨, 풍안조씨 등으로 수정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조선구마사’ 파문이 커지자 삼성전자, 쌍방울, 에이스침대 등 기업들도 광고나 제작 지원을 철회하고 있다. 코지마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련 이슈를 인지한 후 즉시 광고 철회를 요청했으나 방송사 측 사정으로 22일자 광고가 송출됐다”며 “해당 드라마 내용과 코지마는 관계 없다. 신중한 자세로 제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가에서는 이런 논란 확대에 놀라는 분위기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중국풍 소품을 쓴 것 등에 대해선 제작진이 사과하면 일단락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광고주들까지 줄줄이 철수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국민적 반중 정서가 이렇게까지 큰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드라마 ‘빈센조’에서 송중기가 먹은 비빔밥을 놓고 한·중 네티즌 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등 중국의 동북공정과 문화공정 등으로 여론이 예민한 상황에서 ‘조선구마사’ 측이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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