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현종이도 없고 광현이도 없고…신수가 있구나

중앙일보

입력 2021.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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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한 양현종의 MLB 도전이 결실을 맺을 조짐이다, MLB 16년 경력의 추신수는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KBO리그의 복덩이다. [AFP=연합뉴스, 뉴시스]

금전적 손해를 감수한 양현종의 MLB 도전이 결실을 맺을 조짐이다, MLB 16년 경력의 추신수는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KBO리그의 복덩이다. [AFP=연합뉴스, 뉴시스]

올해 메이저리그(MLB)는 국내 야구팬에게 풍성한 화젯거리를 안겨줄 것 같다. 최고 투수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한 번 최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빅리그 2년 차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KBO리그 출신 야수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스프링캠프에 한창이다.

꿈을 위해 힘든길 도전한 양현종
국내 돌아와 빈자리 채운 추신수
새 시즌 MLB도 KBO리그도 풍성

MLB 진입이 불투명했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까지 개막 26인 로스터 진입을 앞뒀다. 25일 신시내티 레즈와 시범경기에 첫 선발 등판한다. 세계 최고 무대에 우뚝 선 KBO리그 출신 스타들 모습은 팬들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양현종이 극적이다. 그는 동갑내기 김광현과 함께 국가대표 원투펀치로 활약한 KBO리그 최고 투수였다.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MLB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메이저리그 계약’과 ‘선발 보장’을 원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마음속 마지노선은 점점 후퇴했다. 그 사이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가 거액의 다년 계약을 제안했다. 에이스 대우와 경제적 여유가 보장된 한국 생활은 솔직히 솔깃했을 대안이었다.

양현종은 결국 꿈을 선택했다. 가족의 응원 속에 결단했다. 한국 최고 자리에서 내려와 텍사스와 1년짜리 스플릿 계약을 했다. MLB에서 뛰면 최대 180만 달러(연봉 130만 달러, 인센티브 55만 달러)까지 받지만, 마이너리그에 머물면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받는다. 그래도 그는 미국으로 향했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낯선 ‘경쟁’과 ‘증명’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KBO리그 최고 투수 실력을 한눈에 알아봤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홈런을 맞았다. 그런데도 우드워드 감독은 “마운드에서 노련한 경기 운영과 마인드 컨트롤이 돋보였다”고 장점을 파악했다. 두 번째 등판에선 “롱 릴리프로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며 빅리그 로스터 진입을 시사했다. 세 번째 등판이 끝난 뒤에는 선발 기회를 줬다. 한국에서 이름 석 자면 통했던 양현종은 MLB로 가는 계단을 그렇게 밟아 올라갔다.

빛에는 그늘이 따른다. 국내 최고 선수가 하나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 KBO리그 흥행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아간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 MLB에 밀렸던 한국야구 침체기가 떠올라서다. 당시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필두로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김선우 등이 MLB에서 활약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가정이다.

다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나 싶은 시점에, 추신수(39)가 왔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가 ‘16년 경력의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했다. 그는 KBO리그에서 뛴 그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화려한 MLB 경력을 자랑하는 ‘한국’ 선수다. 입국부터 자가격리, 선수단 합류, 첫 실전, 첫 안타, 첫 득점, 첫 타점…. 추신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관심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추신수와 인연이 있는 1982년생 동갑내기 선수는 물론, 추신수와 처음 만난 후배까지, 모두 ‘추신수’라는 이름 석 자로 한 데 묶이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에 목말랐던 KBO리그가 모처럼 기분 좋은 바이브(vibe)로 들썩인다.

가는 곳마다 스포트라이트가 꽂히는 삶. MLB에서 잔뼈 굵은 추신수라도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더욱 ‘야구’에 신경 써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도 베테랑답게 잘 이겨내고 있다. 새 팀을 위해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는 열정, 관심의 무게를 이겨내겠다는 냉정. 그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양현종마저 떠난 KBO리그에 추신수라는 단비가 내렸다. 올해는 MLB도, 한국 야구도,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가을을 예고한다.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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