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몰이용 선수로 한 몸 던진 KPGA 구자철 회장

중앙일보

입력 2021.03.24 16:39

업데이트 2021.03.24 17:56

구자철 회장. [사진 KPGA]

구자철 회장. [사진 KPGA]

구자철(66)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 선수로 나섰다. 24일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시니어 마스터즈에서다.

평소 70대 초반 치는 아마 고수
시니어 공식대회 참가 24오버파
강풍 속 파4 홀에서 10타 치기도
KPGA 선수의 위대함 직접 증명

이 대회는 구 회장이 사재를 내서 만든 총상금 1억원 대회다. 시니어 투어는 만 50세 이상의 선수들이 나간다. 지난해 10월 열렸는데, 대회 중 한 선수(박승룡)가 심근 경색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중단됐다가 다시 열게 됐다. 고인을 기념하기 위한 대회이고 고인의 자리를 구 회장이 메웠다.

예스코 회장인 구 회장은 열정이 넘친다. 스폰서를 유치하거나 사재를 출연해 코로나 19에 휘청거린 투어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다. 투어 홍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열정적으로 했다.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깨지는 접시도 없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KLPGA만 후원하는 회사 이름을 열거하며 "너넨 다 죽었어ㅎㅎ 남자 프로 공공의 적"이라고 올렸다가 삭제했다. 한국여자오픈은 열면서 (남자) 한국오픈을 열지 않는 대한 골프협회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엠바고를 깨고 페이스북에 최경주 대회에 최경주가 불참한다는 내용을 특종 보도해 시끄럽기도 했다.

“관심받기 좋아하는 회장님”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인기가 적어 얘깃거리가 안 나오는 KPGA에 그나마 뉴스거리를 만들어주는 KPGA 최고의 스타”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대회 참가도 구 회장이 또 다른 화제를 만들기 위한 희생 성격이라고 KPGA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자신이 참가한다는 내용을 여러 번 SNS에 게시하고, 걱정되며 후회한다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구 회장은 평소 SNS에 자신의 골프 스코어도 올렸는데 70대 초중반으로 로 싱글이었다. 부담감이 큰 공식대회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니 80대 중반 정도가 예상됐다.

그러나 96타였다. 첫 9홀에서 52타를 쳐 100타를 넘길 기세였으나 후반 44타로 막아 100타까지는 가지 않았다.

경기 후 구자철 회장은 “1번홀에서 티샷을 할 때 정말 떨렸다. 그래서 그런지 티샷이 패널티 구역으로 항했다. 강한 바람 때문에 플레이하기가 힘들기도 했다. 대회를 앞두고 나름 맹훈련했지만 100% 모두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18홀 내내 긴장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함께 경기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동반자들이 배려도 많이 해줘 고맙다. 다행히 3명의 선수 모두 최종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역시 프로의 세계는 범접할 수 없는 곳이다. 경이롭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평소 SNS에 KPGA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자랑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서 KPGA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직접 몸으로 증명했다. 대회는 2라운드 경기로 1라운드 후 컷통과가 결정된다. 선두는 4언더파의 김종덕(60)이고 컷라인은 5오버파였다. 구 회장은 131명 중 122위로 컷탈락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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