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10분마다 “속도” 외쳤다…‘15조 추경’ 역대급 졸속심사

중앙일보

입력 2021.03.24 05:00

정성호 소위원장(오른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여당)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638호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2021년도제1회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3.23 오종택 기자

정성호 소위원장(오른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여당)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638호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2021년도제1회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3.23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행은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일상 회복을 위해 추경안을 내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경안 내용의 70%가량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상태로 열렸다.

여야는 심사 첫날인 22일 8시간을 할애해 추경안을 검토했지만, 전체 사업의 3분의 1 가량을 겨우 1회독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증액·삭감 의견이 충돌하는 거의 모든 쟁점 사업에선 ‘보류’ 딱지를 붙이고 넘어갔다. 이날 재개된 소위 역시 전날의 졸속심사 풍경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정성호 예결위원장은 “보류하고 넘어가겠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길 기대한다”라는 말을 10분에 한 번꼴로 반복했다.

지난 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번 추경안은 15조원 규모(기존 예산 4조5000억원은 별도)다. 여기에다 여야는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3조9000억여원가량의 현금 지원 예산을 추가했다. 농어민 재난지원금 지급(1조6926억원), 헬스트레이너 지원(2459억원),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기간 확대(3개월→6개월, 6199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번 추경은 지출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몸집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경이 23조7000억원, 2009년 뉴욕발 금융위기 당시 추경 규모는 17조2000억원이었다.

22일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열린 2021년도제1회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오른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간사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열린 2021년도제1회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오른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간사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선거용 돈 풀기’를 지적하던 야당 목소리는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기를 펴지 못했다. 이날 소위에서도 “사업자 등록을 한 노점상에 한해 4만명에게 50만원 정도씩 지원하겠다”는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설명에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 추경호 의원은 “나도 시장에 가면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왜 우리는 (재난지원금을) 안 주냐’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지원은 좋은데 집행 방법을 잘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 ‘돈 선거’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막상 현금 살포 결정을 하는 자리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듯한 모습이다. 22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1조원 규모의 자체 지원금(5000억원)·무이자 대출(5000억원)을 푼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구청장 25명 중 유일한 야당 소속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발표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로 시민들 고통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서둘러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3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발표에 온 관심이 쏠려 추경안 심사는 사실상 뒷전이 됐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야당 칼날이 무뎌진 상황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4·7 재·보선 전에 풀겠다는 여당의 드라이브가 역대급 졸속 심사를 낳은 셈이다. 이날 소위 1회독을 가까스로 마친 추경안은 회의록도 없는 소(小)소위에서 ‘깜깜이’ 심사에 들어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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