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댕냥이' 새가족 돼주세요···보험·치료비도 대는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견들. 반려동물입양센터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견들. 반려동물입양센터

문이 열리자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사람보다 강아지가 손님을 먼저 반기는 이곳은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 등을 돌보는 이 센터는 지난해 말 경기도 수원시의 번화가인 팔달구 인계동에 문을 열었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에 있던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예산도 2억5000만원을 늘려 잡았다.

‘집콕’ 늘며 반려동물에 관심 급증 #셋 중 한 집 양육…유기도 매년 증가 #지자체, 입양센터 만들고 사후 관리 #‘강아지 공장’ 등 부작용 막기 최선

교통이 좋은 도심에 반려동물 입양센터가 마련된 것은 그만큼 주민들과 지자체의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강아지들의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2월 15일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50여 마리가 주인을 찾았다. 김현철 경기도 도우미견나눔팀장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 동물 보호·복지 사업 확대 추세

그렇다고 아무나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센터 직원들이 입양 신청서를 낸 사람을 상대로 예비보호자 교육을 진행하면서 동물을 잘 돌볼 수 있는지 확인한다. 반려 동물이 예비보호자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를 분석하고 입양 뒤에도 6개월에 걸쳐 사후관리를 한다.

지난해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가 입양을 보낸 반려견은 433마리로 2019년 335마리보다 98마리 늘어 약 30%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권하고 있다. 입양센터를 두는 것과 함께 지원금도 준다. 동물 유기나 강아지 공장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매년 반려동물 가구가 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동물 보호·복지 사업을 확대하는 게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반려동물을 둔 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의 29.7%로 추산된다. 동시에 유실·유기 동물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0만2593마리에서 2018년 12만107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에 달해 매년 1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인다.

경기도 ‘고양이 입양센터’ 연말 준공

경기도는 강아지 입양이 목적인 반려동물 입양센터를 도심에 연데 이어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화성시 마도면에 '고양이 입양센터'를 짓고 있다. 생후 2개월 이상인 유기 고양이를 선별해 건강검진부터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사회화 교육 등을 한 뒤 무료로 입양시킬 예정이다. 지난 22일엔 '반려동물 매매 관련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를 열어 매매보다는 입양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논의했다.

22일 오전 경기도청 신관 2층상황실에서 열린 '반려동물 매매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모습. 경기도

22일 오전 경기도청 신관 2층상황실에서 열린 '반려동물 매매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모습. 경기도

전북 전주시는 지난해 3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유기동물 재활센터를 설립했다.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교육해 개인이나 어린이집, 경로당 등 복지시설 등에 분양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유기동물을 입양한 주민에게 반려동물 인식표 등록비(내장형), 질병 진단비, 예방 접종비, 치료비, 중성화수술비, 미용비 등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최대 10만~15만원을 지원하는데 서울 동작구는 1마리당 최대 30만원을 준다.

서울시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무료로 동물 보험 가입을 해준다. 서울 양천구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무료로 동물등록인식표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 여주시는 5만원 상당의 사료와 간식, 장난감 등을 지원하는 '아지냥이 박스'를 제공한다.

입양보단 유기하지 않고 잘 키워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입양을 장려하기에 앞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경서 한국펫산업소매협회 사무총장은 "각 지자체가 '유기동물 입양'을 강조하면서 유기동물 발생 원인을 판매·분양업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잘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의료비나 돌봄 지원 정책을 펴는 것이 먼저다"고 말했다.

최모란·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