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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된 15평 집 공시가 올라, 장애인 기초수급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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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수연

정수연

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19년부터 고가주택의 공시가를 대폭 올린 데 이어 2030년까지 모든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데 따른 진통이다. 올해만 해도 전국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인 19.1%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 주요단지의 1주택자라면 올해 1000만원이 넘는 보유세 고지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정수연 감정평가학회장 #공시가, 국민에게 파급력 정말 커 #조세형평? 사실상 증세 로드맵

반발이 큰 것은 산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깜깜이 공시가격’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는 뒤죽박죽 공시가격에 반박하며 자체 검증에 나섰다. 제주의 경우 국토부가 폐가나 공가를 표준주택으로 삼는 등 공시가격을 엉터리로 계산하고 있다며 지자체에 이 기능을 넘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작업은 제주도 공시가격검증센터장인 정수연(사진) 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이 주도하고 있다. 정 교수는 23일 “공시가격이 동네 횟집 주인 마음대로 정하는 ‘시가’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조세형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증세 로드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는 왜 정부와 싸우나.
“2017년 제주의 공시가 상승률이 1위였다. 표준주택은 18.03%,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2% 올랐다. 35년 된, 49.5㎡ 규모의 낡은 단독주택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공시가 급등으로 인해 기초수급에서 탈락했다. 그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 일할 수 없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제주가 공시가 급등에 따른 문제를 가장 먼저 겪었다.”
뭐가 문젠가.
“공시가격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 이 파급력 큰 지표를 매길 때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투명성, 전문성, 중립성이다. 하지만 산정근거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제도를 만지는 게 문제다.”
국토부는 다음 달 29일 가격참고 자료 등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시범 공개한 세종시와 비슷한 내용일 것으로 예상한다.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는 수준의 산정의견뿐이다. 무엇이 국토부가 기준으로 삼는 시세이자, 적정가격인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시세가 대체 뭔가.
"시장가치다. 감정평가3방식(원가법·거래사례비교법·수익환원법)을 통해 만드는 게 시장가치다. 미국·영국·캐나다에서 과세평가에 사용하는 국제표준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말하는 시세는 횟집 ‘시가’랑 다름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해외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미국 플로리다의 경우 과세 국장이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조직의 50% 이상이 평가사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가도 수십명 두고 있다. 현장조사원이 조사를 통해 공부가 맞는지 다 조사한다. 근거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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