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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법정관리 1주일 남았는데…투자자는 묵묵부답, 상폐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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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쌍용차는 최근 인수 후보자인 미국 HAAH홀딩스에 '인수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평택공장 입구에 걸린 '쌍용차를 응원합니다' 현수막. 사진 뉴스1

쌍용차는 최근 인수 후보자인 미국 HAAH홀딩스에 '인수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평택공장 입구에 걸린 '쌍용차를 응원합니다' 현수막. 사진 뉴스1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부여받은 자율구조조정의 시한이 이달말로 끝나지만 뚜렷한 회생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가 시한 내에 회생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또 이날 쌍용차는 2020년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으로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미국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이하 HAAH)에 '쌍용차 인수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1일 인도중앙은행이 그간 쌍용차 매각의 걸림돌이었던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축소'를 허용한 이후 수순이다. 하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쌍용차는 HAAH로부터 인수확인서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과 서울회생법원의 동의를 구해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HAAH가 명확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쌍용차가 P플랜 대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부품사는 그간 받지 못한 납품대금(회생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게 된다. 또 쌍용차는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노사는 물론 협력사, 채권단 등 모두가 꺼려하는 '가장 나쁜 경우의 수'다.

쌍용차가 곤혹스러운 건 'HAAH 바라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쌍용차가 취할 수 있는 건 HAAH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말곤 없다"며 "법원에 'HAAH가 곧 결정을 내릴 것이니 자율구조조정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것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HAAH가 미적거리는 이유를 놓고는 업계의 시각이 분분하다. HAAH는 쌍용차의 금융권 차입금 외 3700억원에 이르는 회생채권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HAAH가 자금을 유치하려는 캐나다·중동계 자본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HAAH가 쌍용차 몸값을 낮추려는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쌍용차) 인수금액이 1500억원대로 내려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며 "HAAH 입장에선 시간을 끌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HAAH는 당초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해 지분 51%를 취득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HAAH의 투자금은 쌍용차가 외국계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산업은행이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용차 1500억원' 인수설이 나오자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엔 협력사가 연합해 컨소시엄을 꾸리자"는 얘기도 나온다. 300여 개 쌍용차 협력사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런 말이 있었지만, 최근엔 자금력이 탄탄한 협력사를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회생 방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협력업체들이 인수한다고 해도 간신히 금융권 차입금을 갚을 수준이고, 결국 산은에 손을 벌려야 할 것"며 "그때가 되면 또 투자자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쌍용차 경영진은 플랜B·C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HAAH와) 협상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플랜B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쌍용차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HAAAH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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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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