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에 기피시설 대책 선공(先攻) 날린 고양시장

중앙일보

입력 2021.03.23 14:01

서울시는 최근 고양시와 5~20m로 인접한 은평 공영차고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은평 공영차고지 일대 16만5000㎡ 개발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수색역세권, 경기 고양 향동지구와 연계한 산업지원 공간을 육성할 방침이다. 저이용 낙후 시설과 토지계획을 재정비해 새로운 거점 축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서울시의 개발계획에 고양시와 시민들이 발끈하고 있다. 고양시는 “서울시가 고양시와 인접한 곳에 개발계획을 세우면서 고양시와 사전에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는 “서울시가 수색 차량기지 개발을 위해 은평차고지 맞은편 고양시 땅에 기지창을 옮기자고 하면서 자신들의 땅은 고급 아파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고양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고양시

고양시, 기피시설 및 개발사업 대책 요구

고양시는 은평차고지 일대를 주거 위주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연담화 방지를 위한 시민 숲 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시 연담화(連擔化)란 중심 도시의 팽창으로 주변 중소도시의 시가지가 서로 달라붙어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시가 최근 은평 공영차고지 개발과 수색 차량기지 고양시 이전, 광역철도 직결 불가 정책 등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대규모 주택공급 공약’을 들고나오자 고양시가 피해를 호소하며 본격적인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지난 19일 서울시장 후보자들에게 공개질의 서한문을 우체국 등기로 발송하고 있다. 고양시

이재준 고양시장이 지난 19일 서울시장 후보자들에게 공개질의 서한문을 우체국 등기로 발송하고 있다. 고양시

이재준 고양시장은 “지난 18∼1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등록한 여야 후보들에게 서한을 보내 고양 지역에 있는 서울시 화장장과 철도 차량기지 등 기피시설과 각종 개발사업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시장은 “고양시는 서울시와 사실상 공동생활권인 만큼, 고양시민들은 서울시가 만든 정책에 서울시민 이상의 영향을 받는다”며 “정책 고려대상에 인접한 경기 시·군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들 40년 넘게 고통에 시달려”    

이 시장은 그러면서 먼저 고양시에서 운영되는 서울시립승화원, 서울시립벽제묘지, 난지물재생센터, 서대문구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 등 기피시설 4곳에 대한 조속한 지하화·공원화 등 현대화를 위한 협약 등의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40년 넘게 악취와 소음, 교통체증 등 불편을 감내해 왔으나 서울시는 이렇다 할만한 보상은커녕 관리조차 소홀한 상황이라는 게 이 시장의 설명이다.

이재준 고양시장. 고양시

이재준 고양시장. 고양시

이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자가 30만 가구에서 최대 74만6000 가구의 대규모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는 인근 도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주택 신축을 위한 재개발 시 인접 도시에 이주민이 몰려들어 전·월세난과 난개발이 일어나고, 주택 완공 후에는 반대로 이들이 빠져나가며 공동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장 부재 후 갈등 해결 지지부진  

또 서울시가 수색 차량기지를 고양시로 이전하겠다는 계획과 관련, “차고지 이전을 전면 취소하는 것은 물론, 상생 차원에서 수색역세권과 고양시를 연계 개발하는 방안과 은평 공영차고지에 숲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양시와 서울시는 갈등을 빚어 온 기피시설 문제에 대해 2012년 상생발전 공동합의, 2019년 공동협의체 구성 등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장 부재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게 고양시의 주장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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