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원자로 4기면 에너지 기본권 가능...공포가 과학 삼켜”

중앙일보

입력 2021.03.23 05:00

업데이트 2021.03.26 00:09

경북 울진에 위치한 신한울 1ㆍ2호기의 모습. [중아포토]

경북 울진에 위치한 신한울 1ㆍ2호기의 모습. [중아포토]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원전이 필요하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22일 신형 원전의 효용성을 이같이 밝혔다. “원전은 환경적으로 가장 적은 쓰레기를 생산하는 안전한 에너지”라면서다. 강 교수는 이날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와이드 앨리슨 명예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원제 Radiation and Reason-The Impact of Science on a Culture of Fear)를 출간했다. 강 교수는 “신형 원전 4기면 2000만 가구 무상전기 공급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오히려 에너지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전기 월 200kWh 기본제공 가능하다" 

강 교수는 우선 에너지 기본권 문제를 꺼냈다. 그는 “(정부가) 무상에너지를 해야 한다. 에너지는 국민 생산성의 근간이자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금 에너지 비용을 자꾸 올리는 방향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전은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정부에 건의했다. 액화천연가스(LNG)가격 상승 등 영향이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는 22일 동결을 결정했지만 불안정한 상황이다. 강 교수는 “월 100~200kWh(킬로와트시)는 기본 에너지로 가야 한다. 에너지 비용 올라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저소득층이다”며 “최신형 원전 4기 정도를 돌리면, 2000만 가구에 (일반 국민의) 월평균 사용량인 200여kWh까지 무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되는데 정책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신한울 1·2호기는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해 가동되지 않고 3·4호기는 공사중단 상태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2021년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당초 직전 3개월간 연료비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2분기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이후 7년여 만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결국 유보됐다. 연합뉴스

정부와 한국전력이 2021년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당초 직전 3개월간 연료비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2분기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이후 7년여 만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결국 유보됐다. 연합뉴스

탈원전 대안부재...LNG의존도 키워 

또 강 교수는 탈원전 대안의 부재는 LNG 의존도를 높였다고 지적한다. 태양광·풍력 등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이뤄지기 어려워서다. 지난해 LNG 직수입 물량은 920만톤을 넘었다고 한다. 같은해 전국의 LNG 발전기의 가동 횟수는 1만789회를 기록했다. 2017년 8536회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LNG 발전기 초기가동 때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환경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그는 “LNG는 환경적이지 않다. 석탄발전보다 나을 뿐이다”며 “앞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LNG를 늘리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대국 프랑스는 원자로 수명을 늘렸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10주기인 11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후쿠시마핵사고 10주년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 기억의 탈핵의자 기자회견'을 열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후쿠시마 원전 참사 10주기인 11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후쿠시마핵사고 10주년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 기억의 탈핵의자 기자회견'을 열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잘못된 구호·선전이 공포로 

그러면서 강 교수는 잘못된 지식으로 된 구호·선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순간에 공포로 바뀌어 과학적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더욱이 해당 지역주민을 향한 낙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올 1월 경북 월성 원전 배수로에서 검출돼 논란된 삼중수소(Tritium)도 마찬가지다. 강 교수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관합동조사단’ 중 한명이다.

강 교수는 “삼중수소는 세계적으로 원전보다는 태양에서 워낙 많이 만들어진다”며 “월성 원전 인근 주민이 노출된 삼중수소는 쌀이나 버섯 등 음식물에 포함된 자연 방사선인 칼륨40에 의한 피폭량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칼륨40의 인체 피폭량은 0.4mSv(밀리시버트)다. 월성 원전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피복량은 0.002mSv다. 피폭량이 바나나 6개, 멸치1g 수준이라는 비교가 나온 이유다. 이마저도 원전 밖 주민에게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포가 과학을 삼켰다' 책표지. 사진 글마당

'공포가 과학을 삼켰다' 책표지. 사진 글마당

이밖에 ‘라돈 침대’ 논란도 꼬집었다. 강 교수는 “라돈은 콘크리트나 화강암 암반에서 나온다. 침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침대를 치운 뒤 관심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집안에서 라돈의 위험은 잔존해 있다”고 말했다. 월성원전, 라돈침대 등 10가지 주제는 책 말미에 따로 다뤘다. 강 교수는 “국민이 잘못된 지식 등에서 비롯된 공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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