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 울린 ‘고아롱’…남구청장 후보 공통공약 된 ‘돌고래’

중앙일보

입력 2021.03.23 05:00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환경단체가 그린 돌고래 '고아롱' 그림. 고아롱은 지난해 7월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 폐사했다. [연합뉴스]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환경단체가 그린 돌고래 '고아롱' 그림. 고아롱은 지난해 7월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 폐사했다. [연합뉴스]

“누가 남구청장에 당선되든 반드시 돌고래를 방류하라.”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가 22일 오전 울산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이들은 “다음달 7일 재선거에서 당선되는 남구청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감금된 네 마리 큰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2009년 문을 연 뒤 12년 동안 돌고래 8마리가 폐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수컷 큰돌고래 ‘고아롱’의 폐사 이후 돌고래 방생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롱이는 고래생태체험관이 생길 때 들어온 돌고래의 ‘대장’이었다. 폐사 사실이 알려지자 돌고래 사육사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슬픔에 잠겼다.

 현재 체험관에는 4마리의 돌고래가 남아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남은 돌고래를 방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남구는 잔인한 돌고래 학살지 일본 다이지마을에서 돌고래를 수입해 좁은 수조에 가두고 전시와 공연에 활용해 왔다”며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울산 남구청에서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남구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 4마리 방류를 요구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22일 오전 울산 남구청에서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남구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 4마리 방류를 요구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그러면서 이들은 2013년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 갇혀 있다가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삼팔이 등 남방큰돌고래가 방류 8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 바다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구에 있는 4마리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제주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처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단체들은 새로 당선되는 남구청장에게 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 해양 생태계가 건강하고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적인 바다 한쪽을 골라 바다쉼터를 조성한 뒤 사육 돌고래를 방류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와 캐나다·인도네시아 등에서 바다쉼터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

 이들은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해 국내 최초로 남구가 바다쉼터를 조성한다면 동물복지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고장수'(오른쪽)가 어미인 '장꽃분'과 함께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고장수'(오른쪽)가 어미인 '장꽃분'과 함께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돌고래 방류 목소리가 커지자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4·7 남구청장 재선거 후보들도 돌고래 방생을 공약하고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전국 돌고래 수족관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사실상 남구청장의 손에 돌고래 운명이 달려서다.

 더불어민주당 김석겸 남구청장 후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이 되면 장생포 생태체험관에 있는 고래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전시형 고래생태체험관 운영이 한때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 적도 있으나, 지금은 동물 학대 온상이라는 지적과 세계적 추세인 고래 보호에도 역행하기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보당 김진석 후보 역시 “당선되는 즉시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제돌이 사례 등을 참고해 전문가와 방향을 정하겠다”며 “현재 수족관 공간은 희귀·멸종위기 어류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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