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정권심판론 커질수도"…'양날의 검' 된 이해찬의 등판

중앙일보

입력 2021.03.23 05:00

“이번 선거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 후보이고, 누가 비리에 연루돼 있는 지 다 알기 때문에 그 결과 ‘자신감이 있다’고 표현하신 거 같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에 대해 "언급할만한 대상은 아닌데, 하는 짓이 MB의 키즈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에 대해 "언급할만한 대상은 아닌데, 하는 짓이 MB의 키즈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친(親)이해찬계’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밝힌 4·7 재·보궐선거 전망에 대해 부연한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공개된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거 보니까 거의 뭐 선거는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투기 의혹에는 “(내곡동 투기 의혹을 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자기가 (잘못) 한 일이지만 우리는 관리를 잘못한 일이다. 차원이 다르다”며 “이 것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선거 역할에 대한 문답도 나왔다.

▶이해찬=“야당은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게 선거 목표다.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한다. 여기가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중략)”
▶김어준=“그래서 갑자기 직접 나오신 거 같다. 여기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방송에) 다 나가실 건가.”
▶이해찬=“작심했다. 마이크 잡을 수 있는 데는 다 다니려고 한다.”
▶김어준=“지켜보고 있으니 안 되겠다는 건가.”

與 지지층 흔들리자 나선 李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상임고문이지만 선대위에서 맡은 직책은 없다. 여권에서도 “보궐선거에선 조언하는 역할에 그칠 것”(청와대 출신 의원)이란 관측이었다. 이 전 대표가 이런 예상을 깨고 친여권 성향 유튜브·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전면에 나선 건 LH 의혹에 여권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 "한 당에서 진득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자꾸 기웃거린다. 안타깝다. 바로 집어먹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캡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 "한 당에서 진득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자꾸 기웃거린다. 안타깝다. 바로 집어먹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캡처

중앙일보·입소스 서울 보궐선거 여론조사(3월 19~20일)에서 박영선·오세훈 양자 가상대결 시 박 후보 지지층 중 ‘국정안정을 위해 여권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응답은 77.4%인 반면, 오 후보 지지층 중 ‘정권 심판을 위해 야권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응답은 90.5%였다. 박영선·안철수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박 후보 지지층 78.4%만 ‘국정안정론’을 택했고, 안 후보 지지층 86.2%가 ‘정권심판론’을 택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의원은 “박 후보가 밀리자 지지층의 응집력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정안정론 vs 정권심판론’ 서울시장 후보 지지층별 응답.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정안정론 vs 정권심판론’ 서울시장 후보 지지층별 응답.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를 의식한 듯 이 전 대표는 방송에서 “(민주당이 뒤처지는 여론조사에) 속거나 낙담하면 안 된다”고 지지층을 독려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서울권 3선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길 수 있으니 투표장에 나와라’는 메시지를 지지층에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대위 소속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 발언을 꺼리는 유권자도 있겠지만 민주당 고정 지지층의 투표 의욕을 키우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권심판론 커지면 어쩌나”

반대로 이 전 대표 등장이 선거 전체 판세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이 전 대표 말에 ‘민주당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늘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선거는 ‘중도표 싸움’인데 이 전 대표가 계속 전면에 나서면 중도 표심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딱 지금까지만 하고 더 나서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극성 친문 지지층들이 장악한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도 “이 전 대표 발언에 역풍이 우려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한양아파트 정문 앞에서 119대원들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한양아파트 정문 앞에서 119대원들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LH 의혹에 특검,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 백가쟁명식 대책을 내걸며 가까스로 수세를 공세로 전환한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주장도 나왔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LH 의혹이 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 발언이 자칫 ‘역시 민주당은 안이하다’는 유권자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더는 밀리면 안 된다는 시그널을 지지층에 주려고 이 전 대표가 전략적으로 판단해 등장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수호 선거’로 성격을 바꾸며 범여권 결집을 시도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등장은 여권 지지에 유보적인 유권자들이 오히려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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